전쟁의 원인은 무엇이며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비로소 가능하게 했을 철학과 과학의 태동과 더불어 비로소 인간의 역사가, 사랑과 자유의 인류가 시작되고 있음을 기록한 헤로도토스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튀르키예, 그리스, 이집트’를 여행하는 것은 의미있겠다 싶었다.
하나, 최초의 ‘역사’가 쓰인 때로부터 고작 2,000여 년이 지난 21세기의 오늘, 철학도, 민주주의도, 과학도, 자유도, 사랑도, 그 모두가 자본의 상품, 자본의 노예, 전쟁의 도구가 되어버린 오늘, 그 곳을 찾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지 그 의미가 퇴색해 버렸다.
그럼에도, 동서양을 잇던 문명의 탄생지, 유럽의 화약고, 강대국들의 전장터라 불리는 발칸 반도의 몇몇 장소들, 특히,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는 지구를 떠나기 전에 방문해보고 싶다.
아프리카 여행도 마찬가지다. 막연하게 마음속에 품고 있던 아프리카 여행이 10여 년 전 그곳에서 NGO 활동을 하는 지인의 제안으로, 쿠바 아바나에서, 다시 멕시코시티에서 만났던 아프리카의 소리를 수집한다던 킨과의 만남으로, 잠시 구체화하기도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럼에도, 지구를 떠나기 전에 아프리카를 여행한다면 스페인 남부에서 뱃길을 따라 아프리카로 건너가 잠시 머물고 싶다. 북아메리카, 중앙아시아, 오세아니아의 드넓은 대륙에서처럼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지금은 마음뿐이다. 어쨌든, 아프리카 대륙에 잠시 머무는 것으로 아프리카 여행은 만족해야 할 듯싶다.
잠시 머물다 가지만 아름다운 지구별에 대해 ’사람, 자연, 책, 여행, 문학, 예술‘과의 만남을 통해 글로 기록하는 것은 의미 있는 행위라고 여기고 있다. 가능한 한 여행을 계획하고 가능한 한 실현하고 지구별을 떠나려 한다.
2024년을 떠나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지금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시간을 그려보기에, 지난 계획을 점검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에 좋은 시간이 아닌가 싶다.
2024. 12. 30.
대문사진 - 독일 드레스덴의 어느 미술관에서. 영진 찍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