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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목표

by 영진


사이토 고헤이의 “탈성장 코뮤니즘” 구상 중에는 “생산 과정 민주화”가 있다. 고헤이에 따르면, “만년기 마르크스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중요한 것은 생산 과정의 민주화 역시 경제 감속을 일으킨다”(지속307)는 점이다.


생산 과정의 민주화란 ‘어소시에이션’에 의한 생산수단의 공동 관리를 뜻한다. 즉,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생산할지 민주적인 의사결정으로 정하는 것을 목표한다.(지속307) “‘사용가치’를 중시하면서 노동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열린 기술을 도입하자. 그처럼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려면 노동자들이 생산과정에서 의사 결정권을 지닐 필요가 있다”(지속307)는 것이다.


에너지와 원료에 대해서도 민주적으로 결정하면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가령 “원자력으로 발전하는 회사와 계약을 끊고, 지역에서 생산해 지역에서 소비하는 재생에너지를 선택할 수도 있다.”(지속307)


“당연하지만 의견이 갈릴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강제적인 힘이 없기에 의견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사회적 소유’가 일으킬 결정적인 변화란 의사결정 과정의 감속인 것이다.”(지속307-308)


사이토 고헤이는 마구잡이식 생산력 증대가 자본주의를 지속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며 ‘탈성장 코뮤니즘’을 주장하는 것이다. “물질대사를 합리적으로 규제하고 공동의 통제하에 두는”((맑스:『자본 Ⅲ-2』, 1095면) “생산과정의 민주화”를 통해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생산과 기술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그레이버도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의사결정 구조’에서 ‘합의 과정’을 중요시한다. 합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결정’이 아니라 “통합의 과정, 즉 가능한 한 가장 많은 비율의 참가자들이 만족하고 가장 적은 참가자들이 반대하는 방향으로 제안들을 재작업하는 과정”(우리243)이라는 것이다.


이는 ‘합의’가 “모든 사람의 관점은 동등하게 가치가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고, “누구도 다른 사람들을 자기의 관점에 맞게 완전히 바꾸려고 시도조차 하면 안 되며, 공동목표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니라 높이 평가받아야 할 공통 자원이라는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우리243)


합의가 어려운 경우는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바탕을 둔’ ‘순응주의 문화’ 속에서 합의가 ‘결정’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우리243) ‘합의’의 이유가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라는 점에서 합의를 가능케 하는 조건인 민주적인 과정 자체야말로 중요해지는 것이다.



2023. 2. 10.



-S. 고헤이:『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2021.

-D. 그레이버:『우리만 모르는 민주주의』, 정호영 옮김, 이책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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