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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작

Creep

by 영진


‘Creep’이 너무 강렬했던 탓일 게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High and Dry’가 들어 있는 2집 <The Bends>를 비롯해서

이후, 3집 <OK Computer>와 4집 <Kid A>를 통해 ‘21세기의 비틀즈’라거나

핑크플로이드 만큼 성공한 아트록을 한다거나

경계를 뛰어넘는 실험적 아티스트의 표본을 마련했다거나


그와 같은 평단의 찬사와 함께 대중들의 인기를 얻었지만

나에게 ‘라디오헤드Radiohead’하면 ‘Creep’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후에 트란 안 홍 감독의 영화 <씨클로Cyclo>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라디오헤드 하면 ‘Creep’이라는 인식이 더 굳어진 듯하다.


Creep은 리드보컬인 톰 요크가 짝사랑하는 여성에게 영감을 받아 쓴 곡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을 Creep(찌질이)에 괴짜라는 화자로 노래하는 곡이다.


네가 전에 여기 왔을 때

네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어

너는 천사 같았어

나는 내가 특별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네가 미친 듯이 특별하니까

나는 찌질이에 괴짜일 뿐이야


가사 때문인지 곡이 전반적으로 쓸쓸하거나 씁쓸하거나 우울하게 느껴진다.

엄청난 대중적 사랑 때문인지 이 곡이 그들의 대표곡처럼 여겨지는 것을

싫어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가사가 어떠했든 우울한 기분이 드는 날에 들으면

조금은 덜 우울하게 만들어주는 곡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순전히 잘 만든 곡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정적인 곡들을 비롯해 실험적이며 선구적이라고 평가받는

그들의 음악에 담긴 자본주의와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롭기도 하다.



2025. 1. 14.



Radiohead - Cr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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