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움 Aug 22. 2023

쿠바 여행

1     


쿠바에는 두 차례 방문했다. 2013년에 열흘(4.10~4.19) 동안 ‘아바나’에만 머물렀다. 2012년 11월 12일 시작된 6개월의 중남미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였던 멕시코시티로 가는 여정에 쿠바도 있었던 것이다. 그때는 중남미 여행의 여행길에 잠시 들른 것이었다는 뜻이다.     


2017년의 방문(7.8~8.3)은 25일이라는 기간이 말해주듯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쿠바와 관련한 세미나 발표를 준비하면서 여느 자본주의 국가와는 다르게 살고 있는 그들의 실제 생활이 궁금해서 방문하였고, 수도인 아바나에서부터 최남단의 바라코아까지 주요 도시들을 방문했다.          



2     


2013년과 2017년이라는 4년의 시간 차는 쿠바 사회의 변화를 느끼게 해 주었다. 그 변화는 전 세계가 겪은 2008년 미국발 금융자본의 위기라는 경제적인 상황 때문이겠지만, 쿠바라는 나라는 애초에 미국의 정치경제적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지구상에서 미국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어디 쿠바 뿐인가? 쿠바가 1959년 미국으로부터의 해방 이후 여타 중남미 국가(또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와 달리 미국의 군사력에 정복되지 않은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3


2,500년 전 최초의 ‘역사’를 쓴 헤로도토스는 ‘전쟁’의 원인을 아직 자신의 행위에 대해 ‘생각’할 줄 모르는 미-인간성에서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자연에서 과학(이성)이 태동하던 시기였기에 인간은 이성보다 자연에 따라 행위하는 존재였다고 할 수 있다. 헤로도토스의 서술처럼 ‘전쟁’은 과거로부터 해 오던 자연스러운 관습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전쟁’이라는 관습에 대해서 ‘성찰’ 하지 않는 한, 하던 대로 전쟁을 할 뿐인 것이다. 헤로도토스는 ‘전쟁’에 대해서 성찰하였고 퀴로스왕의 입을 빌어 침략하겠다면 침략당할 각오를 하라는 경고를 했을 것이다.      


헤로도토스는 자연의 이치와도 같은 관습을 성찰함으로써, 지배하지도 지배당하지도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복을 누리다 죽는 것이 ‘행복’이라고 서술하고 있기도 하다. 그것이 ‘인간적’이라고 말이다. 강자가 약자를 약탈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면 자연의 이치에 대해 ‘생각’이라도 해 볼 줄 아는 ‘인간’이 되기를 경고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4     


그런데 오늘날의 역사는 자연의 이치보다 더 무서운 ‘자본의 이치’를 넘어서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자연의 이치가 ‘무한 이윤 증식’을 위한 ‘자본의 이치’ 앞에서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다. 자본의 이치에 따라 인류의 존망이 위협받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2,500년의 시간만큼 인간의 ‘생각’이 진보해 왔다면 그 시간의 힘으로, 생각의 힘으로 자본의 이치를 넘어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열어가야 할 때가 된 것도 같은데, 그래야만 ‘인간적’ 일 것만 같은데, 그런데, 헤로도토스의 ‘자연’의 시대로부터 2,400여 년이 지난 100여 년 전 ‘이윤 증식’이라는 ‘자본의 이치’는 그 옛날 어느 시대 보다 더 야만적인 학살을 자행한 ‘아우슈비츠’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켜 인류의 진보를 의심케 했다.      


또한, 앞으로 겪을 환경재앙, 끝나지 않을 전쟁을 생각하면 ‘자본의 이치’를 넘어설 대안적인 ‘생각’이 절실해 보인다.          



5     


위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쿠바를 여행하거나 방문했던 이유에 대해서 말하기 위함이다. 공황과 실업과 양극화의 경제위기, 환경재앙, 전쟁 위기의 원인인 자본주의와는 다른 생산방식을 지켜왔지만 쿠바도 전 지구적인 자본독재의 공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중국이나 북유럽보다 쿠바를 포함한 라틴아메리카(중남미)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래도 그곳에는 ‘자본독재’를 제어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여기’의 한국(남북한) 사회의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러한 변화를 위해서라도 한국을 넘어 전 지구적인 차원의 긍정적인 변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쿠바나 중남미 관련한 여행 글들은 단순히 여행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윤의 무한 증식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생산방식과는 다른 삶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을 것이다. 그 고민이 ‘경제·기후·전쟁’ 위기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나만의 고민이 아닌 전 지구인들의 고민일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미 중남미 여행과 관련한 글들을 올렸고 앞으로도 여행 글만 아니라 쿠바를 포함한 중남미 관련 글들을 종종 올리게 될 것이라서 이 글을 쓰고 있다. 혹시라도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실까 봐 쓰는 글이다.           


2023. 8. 22.

이전 13화 가을 우체국 앞에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