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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예술가

by 영진

우리들은 이미 누구나 예술가이며,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그 근거는 뛰어난 두뇌와 오감, 손, 발이라는 훌륭한 창작 수단을 지닌 우리의 몸, 그리고 그 훌륭한 수단을 이용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광대한 자연을 대상으로 행하는 노동이다.


우리는 주어진 자연환경을 이용해서 집도 짓고 음식도 만들고 옷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고 작곡도 하고 소설도 쓰고 영화도 만든다. 즉, 어떤 대상물에 나의 노동을 가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예술 활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래서 우리의 모든 행위는 예술 활동이며, 그 때문에, 그 결과물들에 대해서도 멋지다, 아름답다, 추 하다 등등의 가치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노동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인간이면서 동시에 자기가 의도한 대로 노동의 산물을 만들어내는 예술가인 것이다. 그래서, 예술 활동이라는 것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다른 특별한 행위라는 생각을 조금만 바꾼다면, 예술 활동을 위해 굳이 시간을 따로 내거나, 경제적인 비용을 따로 지불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는 매일같이 자신의 능력을 실현하는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일과 후에도 자신의 예술적인 능력을 뽐내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예술품들의 수동적인 감상자로서만 아니라, 예술가로서 우리의 태도를 조금만 능동적으로 바꾼다면, 살면서 겪는 고통들을 멋진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예술 활동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영화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소설이든, 그 결과물의 질에 관계없이, 그 예술 활동 자체만으로도 또한 예술가로서의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고통을 넘어 행복한 복수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고통을 여러 예술 매체를 통해 승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행복한 예술가는 될 수 있을 것이다. '될 수 있음'에 대한 근거는 우리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껏,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만들어 온 것처럼 말이다


-하영진, ‘모든 인간은 예술가’, <보라의 시간> 78-79쪽.




보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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