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내내 양옆에 서 있던 나무 아래 수북이 모여
내가 가는 길을 함께 걷고 있는 것만 같던 조릿대들
쌀에 섞인 돌을 골라내기 위해 쓰는 조리를 만드는 재료인 조릿대
곳곳에 서서 숲을 이루고 있던 극상림에서 볼 수 있다는 ’서어나무’들
그들과 함께 한 시간 반가량 평평한 사려니숲길을 걸어 다다른 고개를 넘어 가니 삼나무 군락이 맞아준다.
또 한 시간 가량 삼나무 숲 속에 몸과 맘을 내맡기며 쉬엄쉬엄 내려가니 삼나무 군락의 입구에 도착한다.
제주도에 수 차례 방문했고, 한라산에 여러 차례 올랐지만
한라산을 둘러싸고 있는 사려니숲과 삼나무 군락은 처음이다.
여기 삼나무 숲 너무 좋네요.
여기 매일 옵니다.
우와. 이런 숲에 매일 올 수 있다니 너무 좋으시겠어요.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버스를 어느 방향에서 타야 할지 헷갈려 말을 건네는 나에게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신다.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나를 압도하던 삼나무 군락과 함께
그가 남긴 이 말이 긴 여운을 남겼다.
그와의 이야기 속에서 그 말의 의미를 내 몸이 내 맘대로 이렇게 받아들인다.
’먼 길이어서 가끔 오면 좋겠지만, 가까이 있어 매일같이 올 수 있으니 그렇게 좋은지도 모르겠어요‘
’은퇴를 하니 시간이 많아서 매일 올 수 있지만, 가끔 오더라도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게 더 좋을 것 같아요‘
그가 꼭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2025.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