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동부 해안을 오가는 201번 버스를 타고
그날의 여행을 다 한 듯 숙소로 향하다
창밖으로 해가 넘어가는 그 시간의 빛에 이끌려
김녕 해변에서 내려 걷는다.
별 바람 없어 잔잔한 바다와 함께 나란히
서서히 식어가는 햇볕의 온기를 쏘이며.
그날 내 몸에 깊이 들어 온 바람일까 햇볕일까 바다 내음일까
그들이 내 몸에 남겨진 오랜 걷던 시간들을 불러낸다.
지금은 보편화된 산의 둘레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산 능선을 타고 넘는 종주가 좋다.
이제 마지막 종주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소백산맥이나 태백산맥을 조금씩 이어 걷는 종주를 하며 걷던 시간 중에서
언제였던가. 소백산맥을 종주하던 중에 만난
비와 함께 걷던 산길의 고즈넉함을.
오래전 잉카문명의 배꼽이었다던 쿠스코에서부터
잃어버린 공중도시였던 마추픽추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은 아니었지만
쿠스코 근교의 마을에서 기차를 타고 그곳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
버스를 타고 합승 택시도 타고 두어 마을을 지나
마추픽추 아랫마을로 가는 마지막 기차역이 있는 마을에서부터
기찻길과 강을 따라 걷던 그 길의 설렘을.
2025.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