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어려워. 나도 알고 싶어요.
누군가가 블라인드 앱에서 질문을 올렸길래..
그 애타는 마음 외면하기 힘들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답변을 달고야 말았다.
내 답변이 정답일 수는 없겠지만 그냥 내 경험을 조금이나마 나누길 바랄 뿐.
하긴, 디자인에 정답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여하튼, 내가 단 답글에다가 살을 덧붙여 브런치에 옮겨본다.
저도 같은 이유로 웬만한 ux 쪽 책들은 대부분 사서 읽는 편인데... 어느 정도 읽다 보니 그 책이 그 책인 게 많아요. 어찌 보면 ux 붐(?)을 타서 출판사가 마케팅을 하는 측면도 있어요. 여하튼 UX 관련 책/텍스트로 완벽하게(?) 공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책들만 읽으면 ux구루! 그런 건 없습니다. 다만 넓게 알 수는 있어요. 아! 이런 게 있구나! 정도만 알아도 도움이 되긴 합니다. 또한 깊이 있게 공부한다 하더라도 그게 꼭 실무랑 맞아 떨이 진다고도 할 수 없고요.
그래도 꼴랑 얼마 안 되는 경험으로 말씀드린다면,
1. UX 신입이라면, 실무랑 연계되는 책들을 한번 보세요. 책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을 거예요. (님께서 ux에서도 어떤 분야인지 몰라서 특정 책을 추천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마치 포토샵 따라 하기 책 같은 부류(기본적인 툴 활용법, 프로토타입 제작, ux 프로세스, 리서치 방법론 등등) 같은 거죠. 하지만 이것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옛것이 되고 말죠. 그냥 가볍게 빠르게 습득하고 써먹는 용도죠. 사실 신입에게 먼가 대단한 전략이나 철학(?)을 요구하는 회사보단 실무를 빨리 하는 오퍼레이터 롤을 원하는 것이 여전한 현실입니다.
2. 어느 정도 하는 일도 빨리 쳐내고 디자인 퀄리티도 오르면, 디자인 자신감이 상승할 겁니다. 그렇지만 얼마 안 가서 또 다른 벽을 느끼게 됩니다. 누군가가 시키는 일만 하다가 이제는 누군가를 시켜야 하는 입장이 될 수도 있고, 해보지도 않던 전략을 세워야 하는 일, 디자이너 외의 사람들에게 이게 왜 이런 디자인이어야 하는지 설득하기 등등.. 그때 갑자기 그전에는 당연한 듯 여겼던 것들이 ‘이건 왜 이런 거지?’라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경험적으로 체득한 것을 이젠 논리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이땐 새로 나온 책들도 좋지만 고전을 추천합니다. 이를테면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과 인간 심리’ 책 같은.. 혹은 Human Computer Interaction 개론(김진우 저) 같은... 그 밖에도 많죠. About Face 라던지.. 근데 딱히 이런 책들이 답을 시원하게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전에 디자인을 대하던 태도/관점이 바뀔 수 있어요. 그게 key죠. 하지만 책의 두께가 좀 됩니다. 아니면 아주 가볍게 ‘(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 마!’류의 책들을 읽어봐도 됩니다.
3. 근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한 책들은 시발점이에요. 위 책들을 읽으면 다음엔 어떤 책을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실 겁니다. 지금 읽는 책이 다음에 읽을 책을 가이드하는 거죠. 예를 들면, 같은 저자의 다른 책들, 책에 언급된 참조된 다른 책들, 혹은 특정 챕터를 좀 더 전문적으로 쓴 전문 서적들 등등.
4. 3번의 연장선에서, 어느 정도 디자인 관련 책들을 읽고 디자인 경력이 늘다 보면,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구나! 를 느끼실 겁니다. 이때 읽을 만한 것들은 (인지) 심리학, 행동경제학, 뇌과학류들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첨에는 쉬운 책부터 시작하세요. 가령 설득의 심리학, 넛지, 보이지 않는 고릴라, 경제 심리학,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처음 만나는 뇌과학 이야기... 등등등. 행동경제학 고전인 대니얼 카너멘의 ‘생각에 관한 생각’도 있죠. 하지만 이건 1판 번역이 좋지 않아요. 올해 2판 새번역이 나왔으니 참고하세요. 혹은 ‘모든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사람에 대한 100가지 사실’ 같은 책들도 가볍게 읽어봐도 좋습니다. (이 책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보세요) 역시나 이런 책들을 읽다 보면 다른 책들로 또다시 인도할 겁니다.
5. 이렇게, 디자인에 대한 경험과 지식도 많아지고, 사람에 대한 이해도 늘어나게 되면, 어느 순간 먼가 강을 건너는 느낌이 들 겁니다. 디자인 외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좋은 말로 폭넓은 시야를 갖게 되는)것이죠. 순수 예술이 아닌 이상 디자인은 특정 목적을 갖고 목표를 완수하는 툴/방법의 일종이고, 결국 디자인은 그런 목적을 갖는 프로세스의 일부인 것이죠. 그래서 전체적인 프로세스에 관심을 갖게 되기도 하고, 디자인 앞뒤에 어떤 단계가 있는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위대하고 혁신적인(?) 목적/목표는 어떻게 만드는가...(점점 복잡해지네요) 어쨌든, 이렇게 확장된 시각을 갖게 되면 전체 관점에서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디자인의 목적에 대해서도 다른 차원의 사고를 가능케도 합니다. 이때 읽게 되는 것이 흔히 경영/경제 카테고리들이죠. 마케팅, 브랜딩, 경영전략, 혁신모델, 기업가정신, 제품(디자인) 지표관리 등등.. 이런 건 직접 찾아보세요!
6. 먼가 도움이 되고 싶어서 주욱 한 시간 쓰던 것이 날아가서 다시 쓰네요. ㅜㅜ. 어쨌든 황설 수설 막 쓰긴 했는데, 위에서 언급한 순서는 딱! 이거다. 는 아니에요. 각자 어떤 상황에서 어떤 역할이냐 혹은 개인적인 비전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 한꺼번에 여러 단계가 동시에 올 수도 있고, 띄엄띄엄 올 수도 있고, 반대로도 올 수 있어요. 그렇다고요.
7. 디자인이든 아니든 어느 분야 막론하고 조심할 것은 (많이) 아는 만큼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아는 것을 실제로 해보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글 올리신 분도 그래서 실무와 관련된 책을 찾고 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막상 이렇게 써놓고 보니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쓸데없는 글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 PXD라는 회사의 블로그중 리뷰 카테고리도 읽어보면 좋아요.
(이곳 대표님은 책을 정말 많이 읽으시는 듯)
http://pxdstory.tistory.com/category/%EB%A6%AC%EB%B7%B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