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리저리 흔들리며 사는 게 좋지 않을까, 같은 생각도 해 본다. 미동도 없이 서 있는 굳건한 벽 같은 사람보다는 바람이 불면 시원히 흔들리기도 해 보고,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면 한번씩 알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몰래 훔치기도 하는 사람이 좋겠지.
부러지지 않을 정도의 심지만 두고서는 바람이 부는 대로 휘어지는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모아다 글씨로 적는, 삶. 가끔은 저항 없이 울고, 가끔은 저항 없이 웃기도 한다. 아주 작은 것들로. 오늘은 저녁 바람에 가을 냄새가 묻어나서 웃었다. 금세 또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구나. 가을은 더더욱 금세 가고 또 겨울이 오겠지. 그러고 보니 꼭 멀리서 오는 친구가 거의 다 왔어, 하고 문자를 보내온 것 같아서 한번 더 웃었다.
서너 달 지나면 겨울이다. 그 사이에도 수많은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그 많은 것들이 나를 흔들고야 말 것이다. 가끔은 잔잔하게, 또 가끔은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어린 밤을 보낼 정도로도.
부러지지만 말자. 강한 바람에 뚝 부러져버리는 나무는 죽을 지 몰라도, 평지처럼 다 누워버린 풀들은 어느새 또다시 일어나 선선한 바람에 춤을 출 것이다. 작년, 재작년에도 매번 힘없이 쓰러져 있던 갈대밭이 오늘 밤에도 일어나 휘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휘어짐들이 모여 이루는 군무가, 멀리서 보면 이렇게나 아름답다는 것도. 힘없이 쓰러지고 바람에 나뒹굴듯 힘겨운 밤을 보내는 우리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의 밤들이, 바닥을 치고, 휘어지고, 나부끼는 우리의 삶도 꽤나 아름답다. 그 모두가 모여 아름다운 삶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괜찮다고. 흙 묻고 비 맞은 우리네 삶도, 많이 괜찮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