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 쏟아져버릴 것 같은 마음에게는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매일 위로와 평안에 대해 생각하지만, 정작 그것이 필요한 누군가를 마주했을 때에는 매번 우왕좌왕하는 마음이다. 따듯한 목소리로 건네는 예쁜 말 한 마디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 글자와 종이를 떠나 건네는 말들은 어렵고, 가다듬다 보면 시간이 지나버리는 억울한 특징도 갖고 있어서.
아버지는 매일 주머니에 손수건을 챙겨 다니는 사람이었다. 요즘 세상에 누가 날마다 손수건을 챙겨 다닐까도 싶지만, 종종 다른 사람들의 눈가나 손끝, 닦을 어딘가마다에 필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할 때마다의 그것은 마치 눈에 보이는 형태의 다정 같았다. 그 모양이 못내 부러워 몰래 아버지의 손수건 두엇을 가지고 나갔었다고, 어린 시절의 나는 칠칠치 못해서 그때마다 그것을 잃어 버렸었다고는 아직도 말씀드리지 못했다.
계절이 바뀌느라 마음이 연해지는 계절을 지나고 있다. 저녁이 오면 사람의 손길과 목소리가 필요한 사람들이 태어나고, 늦은 밤을 뒤척이다 죽은 듯 잠드는 마음들도 분명 있는 것이다.
즈음마다 아버지의 손수건을 생각한다. 그런 다정이 내게도 필요하다고, 주머니에 넣고 다닐 자그맣고 부드러운 천 조각 같은 말들이 필요하다고.
밥은 잘 먹고 다니니, 오늘 좀 춥던데, 옷은 따듯하게 입고 다니니, 다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 말고, 언제든 필요하면 전화 해, 밥 한번 먹자, 커피도 괜찮고, 기도할게, 난 항상 여기 있어. 아직은 드문드문 기워 놓은, 차라리 조각보 같은 마음이지만, 두엇 쯤 넣어 다니는 말들이 종종 누군가의 눈가나 손끝에, 필요한 어딘가에마다 가닿을 수 있었으면 한다. 그 말들은 바라건대 손수건처럼 해지거나 젖거나 지저분해지지도 않을 것이다. 조각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담겨 조용히, 따스히 빛나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