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였다.
적폐청산 수사 때도 그렇고,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할 때도 검찰의 거친 모습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여론을 통해 수사의 동력을 만들어 가려는 모습도 그대로라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이에 대해서 전혀 경고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검찰이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조 전 장관 사태로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
필자가 아는 중앙수사부, 특별수사부 검사들은 철저하게 '나쁜 놈'을 응징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일단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이 무엇인지 잘 따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쁜 놈이 적폐든 살아있는 권력이든 상관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거물이면 '땡큐'다. 지금 검찰 특수부가 보이고 있는 모습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권력은 살아 있는 권력은 건드리지 마라고 할 때가 있었다. 특수부 검사들에게 처음 드는 생각은 반발심일 것이다. 그들도 불의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존의 문제로 그냥 넘기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나쁜 놈을 먼저 규정하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수사의 결과로 나쁜 놈이 누구인지 결정되지 않고, 본격적인 수사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압수수색을 하기 이전에 나쁜 놈이 먼저 결정된다는 것이다. 수사를 했는데 원래 생각하지 않았던 그림과 맞지 않는 경우도 상당하다. 요즘은 피의자들도 비싼 변호사들을 사서 철저하게 방어한다. 검찰이 그려놓은 그림대로 판이 흘러가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원도 검찰의 확실한 입증을 과거보다 강하게 요구한다. 무죄는 죄가 없다가 아니라 검찰이 반론 가능성 없이 입증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검사는 기자들에게 사석에서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그놈은 진짜 나쁜 놈인데 판사가 잘 알아먹질 못한다." 심증은 수사를 이어가는 동력이다.
여기에서 수사의 비공개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특성상 수사가 공개되는 순간 피의자는 절반 이상 죄가 있는 사람이 된다. 그런데 여론의 기대에 검찰이 못 미치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거기에서 접거나 포기할 순 없다. 특수부 검사 체면으로 여론을 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쪽팔린 것이다. 검찰 수사도 가다가 아닌 것 같으면 멈추고 덮을 수 있어야 한다. 수사가 비공개 상황이면 훨씬 그렇게 하기 쉬울 것이다.
검사는 우리나라에서 분명히 특별한 존재였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어려운 시험이었던 사법고시에 합격한 유일한 관료 집단으로서 대우가 있었던 것이다. 특히 군사정권이 종식되고, 그 체제를 선두에서 보호했던 집단인 정보기관과 경찰의 힘은 점점 약해졌던 반면 검찰은 날로 힘을 더해 갔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다시 검사들의 전성시대가 왔다. 보수 진영 최고의 인재 공급 수단으로써 검사는 다시 한번 부각이 됐고, 관료 집단을 리드하는 사람들 중 검사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게 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결국 검사 출신 두 사람만이 국무총리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비서실장으로 검사 출신을 데려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고, 과거와 같이 검찰 조직을 유지할 수는 없었지만 정부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 중 검사가 많았다는 것은 여전한 사실이다. 상급기관이 법무부로부터 절대적인 감독을 받지 않고, 수사에 여론을 이용하기도 하고, 정권의 핵심 실세로 거듭난 선배가 이끌어 주는 기관이 검찰이었다.
문재인 정부를 통해 이러한 모습은 종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가 컸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 잘 나가던 검사들은 몇 번의 인사를 통해 거의 청산이 됐다. 진짜 정의로운 사람들이 검찰 수뇌부를 가득 채웠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낡은 시스템으로 수사를 하는 모습이 없지 않아 보였지만, 이 정부 담당자들은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봤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충분히 개선될 문제라고 안심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또다시 별건, 저인망, 먼지떨이라는 말이 나왔다. 조 전 장관 수사의 목적은 처음 목적과 달리 철저하게 조국 잡기, 차선은 조국 부인 잡기로 갔다. 사모펀드로 일사천리로 갈 수 있을지 알았는데 아니었다. 자식들 봉사활동, 인턴 인증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했다. 수사 대상은 점점 늘어났고, 압수수색 대상도 기록적이었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같은 나쁜 놈이 아니라면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그런데 갈 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이러한 배짱은 개인 캐릭터와 함께 역사적인 경험,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다. 지금 검찰 핵심들은 누구보다도 나쁜 놈을 그대로 두고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의 판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절대악이라는 시대적 분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은 과거에 이렇게 해도 좀 시끄럽다가 곧 괜찮아질 수 있다는 경험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제 검찰에게 제자리를 찾아줘야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라면 어떤 기관, 기관장이라도 세상의 눈치를 많이 봐야 한다. 그것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다. 대통령도 독단적인 결정을 하면 안 된다. 지금까지 어쩌면 검찰에게 독단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우리는 제공했을지 모른다. 검찰도 대통령보다 더 세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대통령보다 더 견제를 받지 않는 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문재인 정부도 검찰에 이 정도 권한을 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다. 제자리를 찾아줘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