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겪으면서 수사권 독립 문제도 이슈가 됐다. 권력으로부터 수사가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나 여당 관계자들이 검찰의 과도한 수사를 지적하는 것에 대해 수사권 침해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검찰 쪽에서도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왔었다.
언론과 학자들 사이에서는 검찰의 수사권 독립을 보장해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통령이 검찰 인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 된다는 주장이 있다. 검사들이 권력의 인사권을 신경 쓰지 않게 되면 굳이 권력에 잘 보일 필요가 없고, 수사의 독립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검찰 인사권에서 손을 뗀다는 것은 대통령은 검찰총장추천위원회 같은 데서 추천된 인사를 총장으로 기용하고, 검사들의 인사는 총장에게 다 맡기라는 뜻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총장의 인사권을 누가 견제하느냐가 문제가 된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인데 총장의 절대적 인사권은 내부 파벌 문화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서 특수통들이 주요 자리를 모두 장악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의 독립성은 보장될지 모르겠지만, 적절한 견제가 없이 검찰에게 인사권을 독립시켜 주면 검찰권 남용을 또 걱정해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대통령 보고 검찰 인사권을 행사하지 마라고 주장하는 언론이나 학자들이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이 분들의 주장은 3부(部) 중 하나인 사법부의 장(長)보다 행정부에 속해 있는 검찰총장에게 더 독립된 인사권을 주자는 의미가 된다. 대통령은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지금 나오는 검찰 인사권 독립 식으로 제도가 바뀌면 대통령은 검찰총장도 임명하지 못하게 된다.
조 전 장관 수사 착수 자체가 검찰의 수사권 독립은 보장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과거 정부 같으면 조 전 장관 정도 되는 정권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을 정권 임기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수사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조 전 장관에게 너무 과도한 수사가 집중됐다는 비판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과거 같으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같은 데서 검사들을 총동원해 두 달 이상 한 가족을 수사한 것이 된다. 아무리 양보해도 수십 억 원대 일가의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 정도는 돼야 이 정도 수사의 명분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죄는 확실히 드러나는 게 없고, 조 전 장관 부인에게는 자녀 입시에 사용된 각종 활동 증명서 위조, 1400만 원 횡령, 주식시장 미공개 정보 이용 등의 혐의가 적용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리고 증거인멸 혐의가 있다. 수사 규모를 봤을 때 뭔가 확실히 부족하다. 환부만 깨끗이 도려내는 수사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처음에 생각했던 혐의가 나오지 않자 수사를 계속 확대해 나가고, 참고인들을 계속 부르고 추가적인 압수수색도 계속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쿨했다'라고 언급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 대검 중수부는 건설 인허가 비리에 관련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8억 원 불법자금 수수 혐의, 저축은행으로부터 3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이상득 의원 등을 구속한 바 있다. 사건의 규모나 성격 등이 조 전 장관 일가 비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금 검찰에게 필요한 것은 독립보다 견제다. 검찰은 같은 수사기관인 경찰,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 사법기관인 법원 그리고 언론으로부터 견제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에게 가장 제약으로 다가온 존재는 권력이었을 것이다. 때로는 견제라는 말로 적절치 않고, 간섭, 지시라는 말이 더 맞았을 정도다. 지금 권력은 검찰 수사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만약 한 사례라도 권력 핵심이 수사하는 사건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지시를 내린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 권력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직권남용 수사는 물론 탄핵까지 거론될 것이다. 지금은 윗사람의 부당한 지시 증거를 남기기 위해 하급자가 대화 내용을 녹음까지 하는 세상이다. 현 정부가 검찰 수사에 개입하면서 이를 완전히 은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더구나 검찰에는 이 정부를 마음에 안 들어하는 사람이 무척 많아 보인다.
이제 권력은 검찰에 공개된 말을 통해 견제를 한다. '절제된 수사를 하라', '과거와 비슷한 잣대를 들이대길 바란다' 등이다. 언론에 공개되는 메시지를 통해서 관련 기관 사이에 말을 주고받는 것은 건강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부당한 개입으로 보는 것은 과도해 보인다. 검찰도 주요 사건에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법원을 강한 어조로 비난하기도 했다. 법원도 영장 기각 사유를 공개하면서 '안 되는 수사하지 마라'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주기도 한다. 어쨌든 검찰은 지금 권력의 통제를 거의 안 받고, 최소한 다른 정부에 비해 현저하게 약한 수준의 견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또 있다. 검찰은 국정농단 적폐 수사를 하면서 자신들을 견제하는 기관들을 다 망신을 줬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은 모두 구속됐고, 경찰청장 2명을 기소되고 이 중 1명은 구속됐다. 사법농단 사건을 법원이 갖다 주면서 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장을 구속시키기도 했다. 또 국정원은 국내 파트를 완전히 폐지했다. 전통적으로 검찰을 견제하던 기관의 견제권이 약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의 과제는 검찰을 어떻게 견제할지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