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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in Son Jul 04. 2020

굿바이, 에어비앤비

회사가 아니라 연인이자 분신이었던 곳을 떠나 이제 새로운 시작   

6년간 내 삶을 꽉 채웠던 에어비앤비를 2020년 6월 떠났다. 에어비앤비와 물아일체를 이루던 시절, 밤낮으로 에어비앤비 생각으로 가득해 가족, 친구, 연인으로부터 '에어비앤비 이야기 좀 그만하면 안 돼?'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 일이지만, 어느 것보다 에어비앤비를 더 사랑했던 것 같기도 하다. 왜 그랬을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일하면서 겪었던 결핍과 욕망을 에어비앤비에서 모두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입사했던 2014년의 에어비앤비는 성장에 목마른 곳이었고, 성장에 목마른 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낙원 같은 곳이었다.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은 성취욕이 높은 직원을 선호하며, 높은 보상으로 그 직원의 성과를 지원한다. 에어비앤비도 고속의 성장을 원했고 성장이 중요한 지표였지만, 사람에 대해서 만큼은 휴머니즘이 넘치는 곳이었다. 비즈니스의 성장만큼이나 한 개인의 성장과 성숙함을 지원해준 조직이었다. 글로만 읽던 브랜드 철학과 코어 밸류가 팔딱팔딱 살아있었고, 에어비앤비 직원이라는 페르소나를 넘어서 나라는 개인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조직문화를 왜 '문화'라 말하는지 에어비앤비에서 일하면서야 느꼈다.


'소속감(Belong Anywhere)'이라는 브랜드 철학이 최우선 되는 조직은 단순히 비즈니스의 성과만으로 존속할 수 없다. 소속감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함께 성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같이 일하는 직원 중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관심을 주는 것이 더 옳았다. 경쟁보다는 하나의 미션을 향해 달려 나가는 팀워크는 직원을 넘어서 호스트와 게스트 커뮤니티에서도 작용했다. 그건 협업 혹은 파트너십을 넘어선 문화였고, 나는 감히 에어비앤비가 문화를 만들어내는 브랜드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회사가 커지면서, 내가 2014~2017년 동안 느꼈던 많은 것들이 변했고, 그 변화 속에서 참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니, '조직문화' '브랜드 철학' '팀워크'라는 추상어를 경험으로 내재화할 수 있었다. 마케터로서는 더 귀한 시간이었다. 브랜딩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회사였기 때문에, 앉아있는 것만으로, 귀동냥해서 듣는 것만으로 배움이 가득했던 시간들이었다.

첫 입사했을 때 찍었던 사진!  HI I'm Habin.




6년 이란 시간 동안 나도 많이 자랐다. 30대의 초중반에 일에 미쳐본 경험은 에너지가 탈탈 털린 경험이기도 했지만,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실력과 마음 근육을 제대로 키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에어비앤비 덕에 라이프스타일이 변했고, 평생 친구가 될 사람들을 직장에서 만났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무엇보다 나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 가치 지향적인 조직을 좋아하며, 큰 조직보다는 작은 조직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낀다는 사실, 그리고 언제 분노하는지 언제 슬픈지도 알았다. 내가 에어비앤비에 입사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다른 생각과 경험으로 30대를 보냈을 것 같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을 되새기며 사실 2년 전부터 퇴사를 해보려고 했는데, 에어비앤비라는 회사에 대한 애정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다른 회사를 가려고 결심을 하고서도, 눈물이 날만큼 에어비앤비와의 이별이 어려웠던 지난 2년 동안 해볼만큼 했고, 애쓸 만큼 애썼다.내 모든 걸 받쳤던 회사니까, 보상심리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다 하고 나니까, 마치 너무 사랑했던 연인이지만, 헤어질 때를 아는 것처럼 에어비앤비에 대한 미련이 떨어졌다. 직장으로서의 에어비앤비는 끝났지만, 에어비앤비를 향한 응원과 사랑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회사로 따지면 나의 첫사랑이자 끝사랑이 될 것 같으니까! 직장인으로서 한 회사를 사랑해볼 만큼 다 해봤으니까, 미련 없을 만큼 진짜 열심히 했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용기가 생겼다. 사업을 하게 될 줄 몰랐는데, 하고 싶은걸 하는 회사가 없으니 내가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예전 직장 동료였던 은지와 용복과 함께 창업해,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젊었던 에어비앤비, 가장 찬란하게 빛나던 에어비앤비, 그리고 시련을 겪는 에어비앤비를 모두 경험하면서, 인생을 배운 것 같기도 하다. 브랜드도 인생처럼 희로애락의 롤러코스터를 탄다는 사실, 화려한 시절에 자만할 필요도 없고, 초라한 시절에 슬퍼할 필요도 없다. 비록 지금 코로나로 에어비앤비는 위기에 처해있지만, 가치와 문화를 중시한 회사가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꼭 증명해내는 회사로 성장하길 바란다. 너무 많은 배움들이 있었지만, 짧게 정리하며, good bye Airbnb!

2014, 에어비앤비 첫 입사한 날


1.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에서 직원이 성장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그렇게 하면 안 될걸?' 그게 되겠어?'라는 의문보다는 '해볼까?'를 이야기하는 회사였다. 물론 조직이 커지고 다양한 사람이 들어오면서 '될 성싶은 것'만 시도하는 보수성이 많이 생겼지만, 에어비앤비가 성장하던 시절에는 뭐든 시도해볼 수 있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너무 다양한 일을 해서, 회사 컴퓨터를 정리하는데 깜짝 놀랐다. 정말 사소한 것부터 큰 캠페인까지 정말 이 곳에서 많은 시도를 했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그 이유는 실패 혹은 실수에 대해서 비난 보단,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회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경험 자산이 쌓일수록, 경력직이 될수록 이런 말을 많이 한다. '내가 해봤는데 말이야". 어떤 면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새로운 것을 향한 깨어있음은 정말 중요하다. 하던 대로 하기 시작하면 조직은 늙기 시작하고, 젊은 생각이 통할 수 없기 때문에. 본질적인 가치를 기둥 삼아 수많은 시도를 할 수 있게 허락해준 조직 덕에 나도 성장했고, 조직도 성장한 것 같다.


공동 창업자 조 게비아가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이상한 시도를 참 많이 했던 두 번째 오피스

2. 코어 밸류는 실천이 될 때 의미가 있다.

에어비앤비의 코어 밸류는 7가지였는데, 2016년에 4개로 줄었다. 2가지 코어 밸류가 일할 때 상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Every Frame metters(아주 작은 것도 중요하다)와 Simplify(단순화하라)는 일할 때 부딪히는 가치였다. 일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피드백들이 오기 시작하면서, 직원의 참여를 통해 4가지로 다시 수정되었다. 회사의 가치를 정하는 과정에서의 직원 참여는 정말 중요하다. 코어 밸류를 모르는 직원이 없을 만큼 코어 밸류는 일하는 태도와 성과에서도 중요한 일이라, 에어비앤비에서 코어 밸류는 마음의 문신 같은 존재다. 나 역시 의사 결정을 할 때나 다른 사람의 의사 결정에 피드백을 줄 때, 코어 밸류를 하나의 준거 기준을 삼는다. '이건 아니잖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코어 밸류가 '소속감'이라는 브랜드 철학과 연결되기 때문에 더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활용이다. 코어 밸류가 일에서 문화에서 실천될 때 직원들은 코어 밸류를 마음에 새기기 시작한다.


Champion the mission

Be A host

Every Frame matters

Be a Cereal Entrepreneur

Simplify

Embrace the Advaneture


3. 회사의 성장에 따라 다른 인재가 들어온다

초창기 에어비앤비의 인지도가 낮았을 때 에어비앤비에 입사한 직원들의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개인적 성장과 배움에 대한 의지, 그리고 브랜드 미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었다. 신기할 만큼 그런 사람들이 모였으니까, 우린 물 만난 고기처럼 모두 함께 에어비앤비에 몰두해서 일했다. 브랜드 미션과 코어 밸류를 믿었기 때문에 솔직했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자유로웠다. 소위 말하는 정치가 필요 없는 시절이 있었다. 근데 신기할 정도로 회사가 커지면 정치에 능한 사람이 들어온다. 회사가 존속하는 본질에 대한 믿음보다, 권력의 힘을 더 믿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예술가의 작품을 지원하는 사람의 마음이 예술을 그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이 전부이듯, 에어비앤비가 성공하기 전에 이 회사를 사랑한 사람은 이 회사가 추구하는 철학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부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회사가 커졌고 시스템이 강화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러한 시스템을 잘 운영하는 직원이 더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인재라는 생각이 든다. 회사도 직원도 서로 케미가 폭발하는 시절에 만나야, 서로에게 잘 맞는 상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퇴사한 사람, 외국에 있는 동료들까지 모두 함께 줌 미팅을 했다.
참 이상한 이벤트를 많이 했던 회사


4. 참여를 일으키려면, 마음을 건드려야 한다.

모든 회사가 브랜드가 자발적 참여를 원한다. 돈으로 무언가를 사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돈을 많이 지불하는 것 외에는. 돈으로 산 마음은 더 큰돈을 쏟아야 지속 가능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은 이성적인 동물 같지만 사실 마음이 동하는 감정적 동물이라는 것을 믿는다. 마음을 정해놓고 그 마음을 설득하기 위해 이성을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에어비앤비는 그런 면에서 마음을 건드리는 브랜드였다. '소득을 벌 수 있어요'라는 말 이전에 '로컬 문화'를 전파하는 사람으로서 호스트의 마음을 움직였고, '최저가로 보장합니다'라는 말 이전에 '살아보는 여행의 가치'를 게스트들에게 전했고, 직원에게도 '너는 여기서 어떤 성장을 하고 싶니'라고 물어봐주는 애정이 있었다. 사람이기 때문에 관심을 원하고, 애정을 원한다. 사탕발린 말이 아닌, 진짜 마음을 담은 것들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건드린다. 직원의 참여를 원한다면, 직원의 마음을 건드려야 할 것 같다. 물론 마음만큼 중요한 것이 물리적 보상이지만, 물리적 보상만으로 안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기도 하다.

커뮤니티 헤드가 한국에 놀러와 명상을 하던 시절 ㅋㅋㅋ


5. 방심하면 사일로 조직이 된다.

조직이 커지면 더 효율적인 의사소통과 의사 결정을 위해 부서별 조직이 강화된다. 매트릭스 조직으로 사일로 조직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을 보완한다고 해도,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사일로 조직이 되기란 너무 쉽다. 조직의 전체를 관장하는 입장에서는 피라미드형 커뮤니케이션이 효율적이다. 보고가 쉽고, 상황 파악을 전광판처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소통이 안되니, 실무를 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건 마치 계단이 굉장히 높은 성의 맨 꼭대기 층에서 각자 일하는 꼴이다.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질러, 의사소통을 한다고 해도 허공에 소리를 지르는 격이고, 다른 부서와 이야기를 좀 하려면 그 높은 계단을 내려간 다음에 다시 다른 성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결국 포기하게 되고, 냉소적으로 변한다. 사일로 조직에서는 리더 한 사람의 취향과 역량에 따라 그 회사 생활이 좌지우지되는 불상사가 생겨, 회사 때문이 아니라 그 리더 때문에 회사를 나갈 결정을 하게 된다. 한 팀으로 일했던 에어비앤비도 부서별 커뮤니케이션이 강화되면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 해결해나가고 있지만, 한번 사일로가 되기 시작하면 되돌리는 것은 너무 쉽지 않다.


6. 채용의 실패 = 조직의 실패

빨리 성장하는 회사는 일손이 언제나 부족하다. 경력직을 찾게 되고, 회사의 문화나 가치에 맞는 사람을 뽑고 싶다는 맘이 강하지만, 손에 잡히는 경력에 훨씬 맘이 매료되기 쉽다. 빈자리를 채워야 회사가 굴러갈 것 같으니까, 빨리 사람을 찾게 되고 채용한다. '경력'직이라는 이름답게 경력만 뛰어나면, 채용에 있어 더 쉽게 타협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근데 결국 독이 된다고 생각한다. 경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을 하는 태도와 마음]이다. 회사의 철학에 맞지 않은 경력직 한 명의 어그러진 태도와 마음은 그 회사의 미션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꺾기 때문이다. 120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사기를 꺾는 몇 사람들 때문에 90을 내는 것조차 싫어지기 시작한다. 회사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가치는 좋은 사람 (일도 잘하지만,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뽑아주는 것이다. 채용이 실패하면 시나브로 조직은 변해간다.  


너무 재밌었던 2016년 샌프란에서 열린 전체 직원 파티


7. 브랜드 마케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과 일관성

마케팅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지속성과 일관성이다. 우리가 기계를 사면 '감가상각비'라는 것을 생각한다. 하나의 기계를 사면 얼마나 오랫동안 이 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치를 매김 하고, 좋은 기계를 산다. 나에게 브랜드 마케팅은 그런 것이다. 브랜드 마케팅 캠페인에 엄청난 돈을 쏟았다면, 그 가치의 지속성이 얼마나 오래갈 것인지 고려한 기획을 해야 한다. 눈낄끌기, 이목끌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효과 뒤로 남는 무언가의 효과가 적어도 3년을 지속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해에 큰 캠페인을 했다면, 그다음 해부터는 그 메시지를 강화시키는 지속적인 활동을 일관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어비앤비 마케팅도 그 부분이 부족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쉽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캠페인이 효과를 거두고, 에어비앤비 여행자들이 참여하는 스토리북 작가 프로젝트를 했는데 상당히 효과가 좋았다. 참여도 높았지만, 에어비앤비가 말하고자 하는 여행의 가치를 유저를 통해 말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참여 프로젝트였다. 그 당시 광고 캠페인이 잘 되었으니 이 활동을 지금까지 했더라면 참 많은 것이 쌓였겠다 싶은데, 에어비앤비 마케팅은 매년 새로운 것을 원했다. 만약 내가 CMO였다면 마케팅의 감가상각비라는 것을 고려했을 것 같다. 우리가 만들어놓은 화제를 계속 끌고 나가는 힘이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니까.  

2015 지드래곤 프로젝트로 모인 5개국 직원들


8. 참모와 아첨꾼

회사가 커질수록, 조직이 커질수록 아첨꾼은 살아남고 참모는 스스로 떠난다. 아첨은 쉽다. 칭찬하면 되고 잘한다 해주면 되고, 뒤에 가서 욕하더라도 달콤한 말로써 리더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하면 된다. 하지만 참모는 사실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한다. 필요한 말을 잘 전달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백분 활용해야 하며, 상대방의 방어감을 해제할만한 용기도 필요하다. 보통 참모는 참모들로 모인 조직에선 빛을 낼 수 있으나, 다수가 아첨꾼인 문화가 되었을 때 스스로 떠난다. 참모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니까. 그 조직이 변해가는 것을 보는데 가장 좋은 지표는 딱 하나다. 참모가 떠나기 시작한다면, 그 조직에는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9. 자존감을 높여주는 회사에 다녀야 하는 이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의사소통이 잘된다. 꼬아 생각하는 법이 없고, 자신의 실수가 곧 자신의 존재감이 아니기 때문에 실수한 것, 잘못된 것을 쉽사리 드러낸다. 좋은 조직은 개개인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조직이다. 에어비앤비는 직원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조직이었다. 그 이유는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해주기 때문이다. 명확한 가치와 일하는 법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직원들의 다양한 변주가 가능했다. 그 변주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옷을 입게 된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다 보면,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할 일이 많고, 모국어가 아닌 나라의 직원들도 모국어처럼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더 모국어처럼 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문화라고 할까. 그런데 에어비앤비는 그렇지 않다. 회의를 할 때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잘 못 알아들었다'라고 말할 수 있고, 시차를 고려해 '우리 타임존을 고려한 미팅 시간을 셋업 해달라'는 말을 할 수 있다. 나의 성 정체성, 라이프 스타일, 취향이 존중받는 것이 당연하다. 아무도 비난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회사를 다녀야, 개개인이 소통하기 시작하고 커뮤니케이션에 피로도가 사라질 수 있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말고, 마이 웨이로 살자는 뜻으로, 저 포즈를 취했는데, 이 의미가 글로벌 팀에서도 화제가 되어, 단체 사진의 대표 포즈가 되었다.


10. 생존

비즈니스는 결국 생존이다. 에어비앤비가 좋은 문화를 가진 회사이며, 코어 밸류가 명확하고, 명확한 브랜드 미션이 있는 회사인 것은 맞지만, 코로나의 위기에서 그간 해왔던 선택들을 수정해야 할 운명에 처한다. 최근 12년간 쌓아온 것을 몇 주만에 잃었다..라는 기사를 읽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해고된 직원 들 중에는 8년 넘게 에어비앤비에서 일한 직원도 꽤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가장 화려했던 시기에 이 시기를 예고하지 못했던 것처럼, 에어비앤비는 살아남을 것이며, 살아남아야 한다. 결국 비즈니스는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모든 직원들이 깨달았다.

옛 오피스의 옥상

배운 것이 너무 많아서 생각날 때마다 여기에 덧 붙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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