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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in Son Mar 06. 2022

옆에 두고 싶은 사람의 5가지 특징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사람을 주변에 두고 싶다.

코로나로 몸져누워있다가, 에너지를 조금 쓰기 위해 예전에 봤던 드라마와 영화를 다시 보았다. 그중 다시 보게 된 <월플라워 : wall flower>. 새롭게 다가오네. 이 영화는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한 사람에 대한 영화였다. 월플라워는 파트너를 파티에서 찾지 못해, 벽에 등을 대고 꽃무늬처럼 서 있는 처량한 사람을 의미하는데, 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모범생, 찰리의 처지이다. 찰리는 남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살아가는 샘과 패트릭 남매를 만나면서 찌질이의 삶에서 벗어 나와 자신만의 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찰리에게 샘과 패트릭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하면서, 내 인생에서 샘과 패트릭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웃기게도 내 전 직장 동료 중에 샘과 패트릭이 있네...)


성장하려면 좋은 사람을 옆에 두세요.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 말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지만, 좋은 사람이 옆에 있다고 저절로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좋은 사람의 좋은 면을 나의 것으로 만들려면 나만의 시선으로 그들의 태도를 따라가야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더라도, 어떤 경험을 하더라도, 책을 읽더라도 나만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바라볼 때 진짜 내 힘이 되기 때문이다.

월플라워: 친구지만 서로의 성장에 좋은 터닝포인트가 되어주는 세 사람


20대에 누구보다 바지런하게 살았었다. 잠도 많은 내가 회사 출근 전 오전 7시에 영자 신문 읽는 모임을 2년 넘게 하기도 했고, 좋은 말씀을 전하는 강연도 쫓아가 들었고, 자기 계발서도 읽었다. 네트워킹도 열심히 했다. 열심히 살았으니 물론 얻은 것이 없진 않지만, 열심히 할수록 내 안에서 빠르게 쌓이는 것은 불안감이었다. 심리적 성장을 이루지 않은 채로, 어떤 성장을 원했던 나는 충격요법 같은 자극을 쫓아다녔다. 밝은 불에 우르르 몰려가는 하루살이처럼, 동기부여를 주는 무언가를 쫓았지만 내 마음은 오갈 데 없이 움직였다.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네트워크 효과로 사람들을 바라봤던 것 같다.


그런데 마음에서의 성장을 이루고 나니 이제는 많은 걸 보거나 듣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다. 트렌드에 뒤쳐질까 봐 혹은 남들이 모르는 것을 놓치고 있을까 봐 많이 걱정되지 않는다. 소위 FOMO(fear of missing out)가 많이 사라졌다. 어떤 것을 보더라도 본질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정성을 기울이며 따뜻한 국밥을 내는 국밥가게 주인의 마음이나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며 몇 조의 성장을 하는 기업의 CEO 마음이나 그들의 본질은 같다.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그 사람이 삶을 대하는 태도의 본질은 연결되니까 말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 많은 걸 보느냐 보다, 어떤 면을 보는지에 달려있다. 지금은 본질을 볼 수 있는 나만의 필터가 생긴 것 같다. 그 필터도 계속 성장하고 달라지겠지만,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사람은 저절로 만나게 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지난 나의 성장에서, 타인의 성장에서 나름의 공통적인 특징을 찾았다. 물리적으로 많은 성취를 이뤘거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사회적 성취를 이뤘지만, 정작 본인의 마음의 그릇은 작아서 스스로에게도 야박하고, 타인에게도 야박한 사람에게 없는 특징이기도 하다.


창업한 '밑미(meet me)'라는 회사도 누군가의 마음밭을 키우는 일이다. 좋은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 이유도 좋은 사람은 내가 성장할 때 옆에서 늘 등장하기 때문이다. 옆에 두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의 본질을 생각하며, 옆에 꼭 두여야 하는 사람의 다섯가지 특징은 내가 갖춰야 할 특징이기도 하다.


1. 모든 일을 나의 일처럼 : 내재화를 하는 사람


일을 하다 '참, 저 사람 일 잘한다'라고 느껴지는, 욕심나는 사람들이 있다. 일을 효율적으로 능숙하게 하는 것 말고 그들에게는 다른 하나가 더 있다. 일과 연결된 사람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좋은 사람이다. 일로 마주친 사람을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상냥함 같은 성격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하는 일을 존중하는 것이 몸에 베인 사람의 태도를 말하고 싶다.


이 사람들의 특징은 집안 곳곳을 구석구석 모서리까지 닦아본, 진짜 일을 요모조모 해본 사람이다. 집안에서 배달만 시켜본 사람이 계단을 오른 사람의 땀과 수고를 느낄 수 없지만, 무거운 짐을 자기 계단까지 올려본 사람은 이 계단까지 배달해주는 사람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다. 공감력은 바로 일을 실행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은 상대의 일이 어떤 무게를 지녔는지 알고 있다. 상대가 하는 일의 과정을, 노고를, 그리고 마음을 헤아리는 사람이다. 자신에게 보낸 이메일 하나에도 어떤 노력이 숨어있는지 눈치 챈다. 어떤 제안을 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공들였는지도 알아낸다. 그렇기 때문에 소란 떨지 않고 상대의 일에 감사함을 표현하고 무례한 부탁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은 조용히 도와주고 만다. 생색내지 않으며, 무엇보다 상대의 시간을 허투루 쓰게 만들지 않는다. 이 사람이 이럴 수 있는 이유는 일의 대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일처럼 해본, 일을 내재화를 해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성을 이야기하는 영화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단팥빵 하나에도 모든 태도가 담겨있다.

자기 머리로 고민도 해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실행도 해본 사람은 과정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일을 존중하는 이해력이 있다. 이런 사람은 직급을 막론하고 작은 일이라고 시키지만은 않는다. 해야 한다면, 하는 게 좋다면 자신이 손으로 만지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 그게 무슨 일이든 정성스럽게 할 때, 삶으로 들어와,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남을 부리는 포지션에 오래 있을수록, 혹은 너일 내일 몸을 사리는 사람일 수록 그들이 잃는 것은 그들의 노동력이 아니다. 그들이 정작 잃는 것은 공감능력이다. 부당한 희생이 아니라면, 지금 배울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자신의 일과 관련되어 있다면 노동력을 아끼는 마음보다 일의 과정들을 자신의 몸으로 체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히려 과정 속에 몸을 담가보는 것이 심리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사는데 더 도움이 된다.


2. 부족함을 인정하는 용기 : 자신의 취약점을 아는 사람


'메타인지'라는 말이 요즘은 많이 알려져 있는데, 나를 관찰하는 능력이다. 내가 무엇을 못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아는 능력이 곧 메타인지이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메타인지가 높아, 자신에 대한 해상도가 높다. 자신이 잘하는 것도 당당히 이야기하고, 자신이 부족한 것도 금방 시인한다. 자신을 어떤 이미지로 만들기 위해 숨기려는 노력을 안 하니, 삶에 에너지 소모가 없어 이들은 대부분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단단한 성장을 한다.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지 아는 사람은 남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스스로 깨닫고 채울 수 있는 힘이 이미 있고, 필요하다면 도움을 청한다. 자신의 취약점을 알지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자신을 숨기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숨기는 일을 오래 할수록 스스로가 스스로를 속이게 되고, 삶의 결정권은 늘 타인에게 가있다.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개인의 이미지를 설정하고 그에 맞춰 살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못하는지, 부족한지를 알려면 자신의 취약점과 마주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숨길수록 배울 기회를 잃는다.

자신의 취약한 모습을 드러낼 때 진짜 사랑을 할 준비가 되는, 보편적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모던 러브> 정말 VOD를 사서 매번 보고 싶은 띵작이다!!  


아주 어릴 때, 피아노 학원을 다닌 적이 있다. 피아노를 좋아해서 학원을 보내달라고 떼썼을 만큼, 피아노를 좋아했지만 난 피아노를 참 못 친다. 다시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이사를 가면서 피아노 학원을 옮겼을 때인데, 그 때 피아노 학원에서 내 실력에 대해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체르니 100번을 치고 있었는데, 새로운 동네에서 무시당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수치심에 체르니 30번을 치다 왔다고 선생님께 말했다. 30번 실력이 아닌데, 그 수업을 들었으니 나는 늘 피아노를 못 치는 사람이 되었다. 어린 시절의 철없는 행동 같지만, 아직 많은 성인들이 그런다.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자신이 무엇을 못하는지 이야기하지 못하고 해내는 척을 하거나, 시간 탓 남 탓을 하며 자신이 못해낸 이유를 외부 환경으로 돌린다. 부족한 것을 채우는 노력 대신 못하는 것을 숨기느라 끙끙 앓는데 시간을 쓰니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스스로 박탈한다. 가장 큰 악순환이라고 생각한다.


취약점을 잘 아는 사람은 더 잘하기 위해 무엇이 부족한지를 깨닫고, 관련된 배움을 위해 노력하는 것에 떳떳하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다. 우리가 잘 해내기 위해 무언가를 견딜 때, 그 견딤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나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나 버팀이 아니라, 자신의 흠을 숨기기 위한 버팀이라면 그 노력은 나를 성장시키지 못한다. 취약성을 늘 숨겨왔던 리더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 높은 시니어가 될수록 무능력한 리더가 된다. 중요한 결정을 하지 않거나, 아랫사람의 성취를 자기 것으로 가져와야 자신의 공고한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옆에 두면 좋은 사람은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솔직하기 때문에, 이 사람 옆에서는 나 역시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다. 나를 탓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야 서로가 성장을 도와줄 수 있다.



3. 명랑한 사람

요즘 명랑함하면 생각나는 <스물다섯 스물하나> 나희도 학생. 아주 보기만 해도 기부니가 좋아지는 얼굴이야~~~

좋은 기분을 유지하는 사람에게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믿는다. 헤르만 헤세는 ‘명랑함을 유지하는 것은 인간이   있는 지상 최고의 가치라고 말했는데, 나는 적극 동의한다. 명랑함을 유지하는 사람은 옆에 있으면 기분이 좋다. 그는 지나치게 심각하지도, 지나치게 가볍지도 않게 상황을 대한다. 사람이기에 매일 기분이 좋을  없지만 명랑함을 유지하려는 마음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명랑한 사람은 대체로 긍정의 회로로 상황을 바라보고, 쓸데없는 드라마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에너지를 쓸데없이 낭비하지 않는다.


최근 친한 친구가 고민상담이 있다며 전화가 왔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자신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무시한다는 이야기였다. 메뉴를 정할 때도 한 번도 자신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만히 들어보니까 그 사람이 메뉴를 주도적으로 정하는 것은 맞지만, 그 친구도 메뉴에 대해서 한 번도 '이거 먹어요'라고 말하지 않았다. 밥을 먹으러 갈 때마다 '이번에 나한테 물어보나 보자'라는 억한 심정으로 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 지켜보고는 묻지 않으면 속에서 온갖 드라마를 써온 것이다. 그날은 그 사람과 관련된 어떤 일도 하고 싶어지지 않아,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딱 두 가지를 물었다.


"너 그 사람한테 먹고 싶은 메뉴를 먼저 제안해봤어?"

"그 사람에게 배울 수 있는게 하나도 없어?"


그 친구는 사실 그 일을 매우 좋아하고, 그 일을 하는데 지금의 매니저가 좋은 사수였음을 알고 있었다. 불만보다 고마운 면이 많다는 것도 나의 질문에 스스로 답하면서 알게 되었다.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나쁜 드라마를 쓰는데 총동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명랑한 에너지는 부정의 회로를 멈추게 한다. 가끔은 깃털같이 가볍고, 가끔은 멍해 보이는 단순함이 도움이 된다. 늘 심각하고, 늘 지금 당장 누군가 쫓아올 것처럼 불안하게 산다면 명랑함은 자랄 수 없다. 대수롭지 않게 허허허 거릴 수 있는 유머러스함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이 명랑한 기분을 유지하는데 꽤 도움이 된다. 예전 직장에서 매번 잦은 이벤트를 열었었다. 잠옷을 입고 출근했던 파자마 데이도, 누구 생일에 빠질 수 없이 했던 몰래카메라, 그리고 자잘한 스몰 토크들은 모두 사라져도 이상할 게 없는 사소한 것들이었다.


근데 그것들이 어느 순간 약속하지도 않았는데 순신간에 사라지던 때가 있었다. 그때부터 명랑한 에너지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누구 하나 명랑하지 못했다. 함께 기분 좋은 상태에 머물기 위해 사소한 농담을 건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난 그래서 유머러스한 사람이 좋고,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고 싶다. 상대를 웃게 만들고 나를 웃게 만다는 것에 나는 다소 진지한 편이다. 그 진지함은 기분 좋은 상태에 있으려는 나만의 노력이기도 하다.



4. 왜를 묻는 사람

자신이 일하는 이유, 왜를 묻는 직업인을 보여줬다고 생각하는 소년 심판의 심은석 판사.

지식 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왜'를 생각하는 태도이다. 혼자서 하는 일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과 아이디어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조직 전체의 과업을 위해 나의 역량을 보태어 일을 만들어가는 직업인이라면 특히 더 '왜'를 물으며 일해야 한다. 아니면,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방향을 잃기 딱 좋기 때문이다. 특히 큰 조직일수록 '왜'를 묻지 않으면 내가 하는 일이 어디쯤에 있는지, 어느 과정을 위해 하는 일인지 알아차리기 힘들다.


첫 직장에서 맡은 첫 업무가 계약서를 리뷰하고, 매출을 예측하는 일이었다. 내 업무에서 왜 계약서를 리뷰하는 것이 중요한지, 이 계약서를 리뷰하고 입력하는 시스템이 어떤 다른 시스템과 연결되는지 궁금했다. 그걸 모르니까 일하는 게 너무 재미도 없었고, 대학 졸업하고 평생 계약서만 리뷰하다 죽는 게 아닌가.. 하는 이상한 음모와 걱정에 스스로를 동여맸다. 그래서 그 당시 부서의 선배에게 여쭤봤다. 우리 회사 시스템이 너무 많은데 전부 약자이고, 기능도 모르겠고, 전체적인 흐름을 모르겠다며 좀 설명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거 아는 사람 여기 창업자 말곤 없을걸?"


이라는 대답을 듣고, 헐.. 했던 기억이 있다. 왜를 몇 번 물었다가 그 마저도 소용없는 일이라 생각했고 기계적으로 일해보려고 했지만, 성향상 그게 잘 되는 타입은 아니었다. 가장 싫은 답이 '그거 원래 그렇게 했었어' 라는 말이었다. 그 놈의 '원래'의 주인은 누구일까? 결과적으로 왜를 묻지 않아도 생존 가능했던 그 회사에서 나는 큰 배움이나 성장은 하지 못했다. 오히려 사회생활의 잔기술이 몸에 베였을 뿐.


내가 성장한 것은 나에게 끊임없이 '왜'를 던져준 두 번째 직장에서였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왜를 묻는 사람이고, 성장하는 인재를 만들어내는 회사는 '왜'를 알려주는 회사다.  왜를 아무리 물어도 응답 없는 회사에 '왜를 고민하는 직원'이 있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왜를 묻지 않는 지식근로자는 같은 시간을 앉아있더라도 일의 성과를 내기 힘들다. 방향감각이 없는 돛단배에 앉아 나는 배를 몰고 있다는 착각을 할 뿐이다. 그 배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내 배가 며칠 뒤에 목적지에 이를지 모르는 사람이 하는 일은 대부분 완료 그 자체에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묻고 답해낼 수 있어야 그 배가 풍량에 의지해 움직이기를 바라는 돛단배가 아닌 엔진으로 추진력을 내는 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왜를 묻지 않는 사람은 눈앞에 보이는 성취를 위해 쫓기 때문에 늘 불안하고, 경쟁적일 수밖에 없다. 큰 방향을 바라봐야 내 그릇 자체를 키울 수 있다.



5. 좋은 목적을 가진 사람 : 결과가 어떠하든 의도는 중요하다.

큰 성취를 이루면서도 정서적으로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사람 에너지가 어찌 저리 좋을까!'라고 느껴지는 사람.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만이 가지는 선한 에너지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행한 일이 타인에게, 사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고려하는 사람들 옆에 있으면 좋은 가치와 철학을 배우게 된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의 영향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또 상대에게도 이를 묻는다. 그 물음 속에 그 주변의 사람들도 덩달아 성장한다.


밑미 리추얼 메이커 기도 한 올리부 상무님을 만날 때마다 집에 돌아와서 이런 생각을 했다. 참 어쩜 저렇게 에너지가 선하고 좋을까 하고. 상무님을 만나고 온 날이면 항상 나에 대해서 되새김질하게 된다. 난 그녀만큼 선한 에너지를 주고 있을까, 받은 걸 어떻게 돌려준담. 상무님이 단순히 밝고 에너제틱해서는 아니다. 상무님이 그냥 웃으시면서 하는 몇 마디의 말속에 항상 좋은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 직장인으로서 또래 집단과 후배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일하는 엄마로서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자신이 맡은 다양한 역할의 영향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하신다는 것을 여러 대화 속에서 목도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에는 좋은 의도를 가진 일이 잘 될 거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다. 그래서 '되는 방향'의 대화를 꺼내고, 이를 위해서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되는 방향을 위해서라면 상대의 비위나 장단을 억지로 맞추지 않는다.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지만, 그 솔직함에는 날카로움이 없다. 선한 의도와 되는 방향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따뜻하다.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은 되는 방향을 바라보기 때문에, 악한 환경에서도 될 수 있는 것을 찾고, 주변 사람들의 가장 빛나는 점을 찾아내고 이를 끌어낼 수 있다.

만날 때마다 선한 에너지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올리부 상무님


좋은 의도를 가지지 않는 사람은 반대로 안 되는 방향을 먼저 생각한다. 본인의 삶에서 좋은 의도로 밀고 나간 경험이 없기 때문에, 좋은 의도가 잘되는 사례를 마주한 적이 없기 때문에 뭘 해도 안 좋은 쪽을 바라본다. 이런 사람들은 이런 결과의 축적으로 좋은 의도로 사람들을, 일을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


나도 가끔 뒤돌아서면 '왜 그렇게 행동했었지?'하고 후회되는 태도들이 있다. 그럴 때 이유를 찾아보면, 내가 좋은 생각과 의도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대의 의도가 선하지 못했더라도, 그 에너지가 휘말리지 않을 만큼의 의연함은 내 안의 좋은 의도와 에너지에서 나온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점검하고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에너지가 조금만 떨어져도 누구나 부정적인 에너지에 휩싸일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자신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좋은 뜻을 품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옆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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