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show & tell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건, 호주 차일드케어에서 일할 때였다.
킨디반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show & tell 시간이 있었는데, 주제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책, 과일, 여행 사진 등 발표자의 관심사가 있는 것들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나의 시선에서,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 앞에 나와 발표력, 표현력을 기를 수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후에 내가 담임이 되었을 때 시간표에 show & tell도 있다는 걸 알았다. 1주일에 30분.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유의미한 시간이 되길 바랬다.
그래서인지, show & tell 시간이 있으면 학부모님에게도 이 기회를 활용하실 수 있도록 상담 시간에 말씀드리는 편이다. 왜냐하면 집에서는 해주지 못하는 세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친구들 앞에서 나를 showing 하면서 사회성을 기르게 된다.
사실 교실에 친구들이 몇 명이 있건 간에, 말이 트이고 두루두루 여러 친구와 교류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라면 반 친구 모두와 놀아보는 아이들은 드물다. 하지만 show & tell 시간에는 모든 친구들이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고, 발표자는 모든 친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친구의 발표하는 내용을 들으며 비슷한 경험이나 공통 관심사를 찾으면서 몰랐던 친구의 매력을 알게 된다. 놀이시간에 보면 놀이 그룹의 판도가 약간씩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둘째로는 연습을 하면서 speech 실력이 한 단계 높아진다.
앉아서 대답을 잘하는 아이도, 막상 나와서 말을 시켜보면 부끄럼을 타는 경우가 있다. 어른의 말을 들어왔던 경험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My name is Julia." "I am 4 years old." "I love my mommy and daddy."
생각보다 위 문장들을 아이 스스로 말하는 건 꽤 어려운데, 가정에서 연습하면서 여러 번 말해보며 실전에서도 말할 수 있게 된다. (실전이라는 것은 show & tell 시간뿐 아니라, 저 문장이 필요한 상황 모두를 가리킨다.)
마지막으로 순발력을 기른다.
내가 진행하는 show & tell 시간은 학기마다 차이가 있다. 1학기에는 연습한 문장을 표현할 수 있게 하는 비중이 크다면, 2학기에는 의견 전달의 비중을 높인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이미 친해져 있고, 원어민이 말하는 속도에 익숙해져 있다. 친구의 show & tell이 지루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show & tell 말미에 Q&A 시간을 추가한다.
친구가 준비한 내용에서 궁금한 점들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이다. 물론 4세에게 영어로 질문, 대답하기엔 무리가 있다. (영어를 모국어를 쓰는 어린아이들도 질문하라고 하면, "그 과일 어디서 샀어?" "나도 그 책 집에 있는데." "그 옷 누가 사줬어?" 등 대부분 간단한 질문들만 한다.) 하지만 준비한 듯한 질문과, 답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글로 라도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것은 필요하다고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