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자신감, 어디에서 오는가?

몇 달 전에 초등학교 4학년인 딸과 탁구를 친 적이 있었다.


딸은 방과 후 수업으로 탁구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는데 수업을 달랑 2번 듣고는 나에게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평상시 아빠인 내가 얼마나 운동 실력이 없다고 생각했으면 탁구 수업 2번 듣고는 ‘아빠 정도는 껌이지’라는 얼굴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탁구를 치자고 졸라댄단 말인가.


그래도 탁구만큼은 초등학교 때부터 간간히 실력을 닦고 조인 나였기에 딸의 도전장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동네 탁구장에 의기양양하게 들어선 우리 둘은 몇 번의 연습을 한 후 탁구 시합을 시작했다. 11점을 먼저 획득하면이기는 단판 게임이었다.


아직 녹슬지 않은 나의 탁구 실력에 딸은 적잖이 놀란 기색이었다. 난 딸의 초보적인 실력에 안도하면서 수위를 조절했다. 점수도 그리고 혹시나 게임에서 지면 상처 받을 딸의 마음까지도. 점수 수위를 잘 조절해서 점수가 11-11로 동점이 되었다. 딸은 손에 땀이 난다며 흥미진진해했다. 동점인 경우는 2점 차 까지 벌어져야 승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몇 번의 동점과 역적을 거듭한 끝에 딸이 21-19로 이겼다. 잘 짜인 각본이었지만 소리 지르며 좋아하는 딸의 모습에 나도 한껏 기뻤다.



탁구에서 이긴 딸의 자신감


어젯밤에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니 딸이 탁구 이야기를 꺼낸다. 방과 후 수업에서 탁구를 쳤는데 1등을 했다고 자랑한다. 선생님이 같은 학년끼리 조를 편성 한 후에 3점을 먼저 획득하면 이기는 경기를 진행했다고 한다. 처음 두 명이 시합을 해서 이긴 학생은 남아 있고 진학생은 도전자 줄에 서서 자기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딸은 이렇게 16번의 도전에서 연속으로 승리했다고 한다. 난 기꺼이 축하한다고 말하면서 딸에게 그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딸이 웃으며 대답한다.


처음엔 내가 과연 이길 수 있을까?라고 걱정했는데, 난 탁구에서 아빠를 이긴 딸이니까 할 수 있다. 이길 수 있다 라고 최면 마법을 걸었더니 자신감이 생겼어

딸은 새로운 도전 앞에서 이렇게 최면 마법을 습관처럼 사용한다고 한다. 최면 마법도 습관처럼 자주 사용하니 익숙해져서 도전을 앞두고 이렇게 최면 마법을 사용하면 스스로 자신감이 생겨난다고 말한다.




자신감은 과연 무엇일까?


지나온 세월을 반추해 보면 난 늘 새로운 도전 앞에서 망설였다. 그 결과 좋은 기회를 놓치고 후회한 적도 많이 있었다. 난 학창 시절 학교 시험에서 1등을 해도 아버지한테 칭찬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무뚝뚝하고 무서운 아버지는 칭찬에 인색했다.


그래서 난 늘 나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었고 집안 형편만큼이나 자신감도 가난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난 할 수 있다’라고 새로운 도전 앞에서 임시방편으로 나 스스로를 세뇌해 보았지만 효과는 없었다.


여러분은 어떤가?


여러분은 일을 하면서 얼마 만에 자신감이 생겼는가? 자신감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지는 감정이 아닌 것임엔 틀림없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자신감이 없다. 당연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열등감을 맛보기 때문이다. 세상엔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부모와 비교하면서 또는 형제자매와 비교하면서 아이 스스로 무능함을 경험한다. 따라서 자신감은 많은 경험 끝에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아주대 정신건강 의학과 조선미 박사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박사님은 아이들 중에는 어디서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친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기질적으로 외향적인 아이들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건 기질인 것이지 자신감 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강조하셨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이 자신감을 만들어 가는 방법에 대하여 또박또박 설명해 주셨다.


"자신감은 부모가 만들어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어떤 일에 익숙해질 때, 무엇인가를 반복해서 숙달되었을 때 나타나는 감정입니다. 그러니깐 자신감을 키워주려면 그 나이에 맞는 것을 자기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 경험해 보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킬 때는 아이들이 두려움을 느끼니 부모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합니다. 난이도가 높지 않은 일들을 반복시키면서 크고 작은 성공의 경험을 해 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나의 딸은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자랐다. 싱가포르라는 낯선 외국 땅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면서 모국어인 한국말도 못 배운 상태에서 4개 외국어가 범람하는 지역 유치원에 방치되었었다.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니 점점 말수도 줄어들었고 세상을 향한 마음마저도 닫아 버렸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국말을 잘 이해하지 못해 유치원 친구들의 대화에도 쉽게 끼어들지 못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나와 아내는 틈틈이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단어와 문장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딸은 아빠가 책을 읽고 메모하는 노트를 호기심에 따라 하기 시작하면서 습관 만들기를 시작했다. 벌써 3년이 넘게 포기하지 않고 매일 습관을 실천해 오고 있다.


책을 읽고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는 습관부터, 독후감을 쓰고 감사일기를 쓰고 영어 공부하는 습관을 실천해 오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6가지의 핵심 습관을 실천한다. 즉 하루에 1가지 핵심 습관만 실천한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다음 주 습관 계획표를 작성한다. 무슨 요일 몇 시에 어떤 습관을 실천할지 스스로 계획표를 짜고 그 계획표에 맞게 습관을 실천해 오고 있다.


이렇게 매일 습관을 성공하면서 작은 성공 경험을 쌓아 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아이, 포기하지 않는 아이’라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만약 내가 몇 달 전 탁구 게임에서 이겼더라면 어땠을까? 나의 딸은 자신감을 잃고 방과 후 수업 시간에 친구들과의 탁구 게임에서 자신감을 잃고 포기했을까? 아니다. 3년 동안의 습관 경험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빠에게 탁구를 이겼다는 기억이 자신감을 상기시키는 촉매 역할을 했을 뿐이다. 습관을 실천하면서 경험했던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극복한 다른 성공 기억이 떠올라서 최면 마법을 촉진시켰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어린 시절 성공 경험들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찾아오는 ‘난 못할 거야’라는 불안감을 ‘나도 한 번 도전해 볼까?’라는 설레는 기분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공부해라’, ‘방 청소해라’라는 부모의 잔소리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