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모르는 번호였다. 받아 보니 모 방송국 작가님이었다. '2019년 습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가족 구성원 모두 습관을 실천하는 소위 '습관 가족'을 촬영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우리 가족이 그 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촬영을 기다리고 있던 우리 가족.
이틀 전 초등학교 4학년인 큰 딸, 은율이가 잠자리에 들며 내게 말한다.
“아빠, 내가 TV 촬영 잘할 수 있을까?”
아빠인 나도 TV 출연은 처음이라 살짝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난 누구보다도 은율이가 잘해 낼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 주었다.
“은율아, 습관을 포기하지 않고 3년 동안 꾸준히 유지해 온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야.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을 해 낸 초등학생은 너 밖에 없을 거야”
내 말을 듣고는 은율이의 눈빛도 조금 바뀌어 있었다.
“응 아빠. 난 포기하고 싶지 않아.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어. 근데 포기하고 난 뒤 상황을 상상해보면 후회가 많이 될 것 같아”
은율이가 습관을 약 3년 전에 시작하고 난 후 위기도 많이 있었다. 아찔했던 한 가지 사건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2016년 9월, 추석 연휴 기간이었다.
인천 할머니 댁에서 은율이가 어디서 찾았는지 형광등을 갖고 놀다가 사고를 당했다. 형광등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깨졌고, 아찔하게도 형광등 파편이 딸의 오른발 새끼발가락에 박혀서 응급실을 방문하여 상처를 꿰매야 했다. 국부 마취까지 하며 딸의 발가락 상처 부위를 꿰매야 하는 고통스러운 수술을 받아야 했다.
당연히 이 날은 ‘아이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쉬려고 했었다. 나도 놀랐고 은율이는 더 놀랐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은율아~다리 다쳤으니 이번 주는 습관 만들기 쉴까?"
하지만 딸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대답을 한다.
"아니~그냥 해야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글씨 쓰기 연습이란 습관을 실천했다. 이 날 은율이가 글씨 쓰기 연습으로 작성한 글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나는 가족이 좋다.
나는 습관 들이기를 한다.
나는 그림일기, 책 읽기, 노트 선생님을 한다.
나는 색종이를 잘 못 접는다.
나는 학교에 간다.
나는 다리를 다쳤다.
난 단발머리다.
나는 더위를 잘 타고 그림을 잘 그린다.
나는 하늘색을 좋아한다.
난 매운 것을 좋아한다.
난 간장 게장을 좋아한다.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11시에 잔다.
나는 새가 동물 중에서 제일 좋다.
나는 공예를 좋아한다.
나는 시계를 자주 본다’
은율이가 실천한 글씨 쓰기 연습한 내용을 천천히 읽어보다가 내 눈을 사로잡은 문장이 있었다. 밑에서 4번째 줄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속으로 이 문장을 몇 번을 읽고 또 읽었는지 모른다. 놀라고 아픈 상황 속에서도, 습관 실천을 포기하지 않는 딸이 고맙고 미안하고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은율이는 3가지 꿈이 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만드는 과학자, 사이버 과학 수사대원 그리고 10명으로 변하는 분신술을 하는 마법사가 되고 싶어 한다.
은율이의 3가지 꿈이 전부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서부터 습관을 실천하고 포기하지 않는 힘을 키워 나가다 보면 분명 한 가지 꿈은 꼭 이루어 낼 것이라 믿는다.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 혜율이도 양치질을 끝내고 언니 옆에 눕는다.
그리고 갑자기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빠, 나도 아빠 일어날 때 깨워줘~”
“응? 왜? 아빠 3시 30분에 일어나는데 그렇게 일찍 일어나서 혜율이 뭐 할 건데?
“옷도 갈아 입고 유치원 갈 준비 하려고”
이때 은율이가 끼어든다.
"혜율아, 한 번에 그렇게 갑자기 바꾸면 힘들어. 작게 바꿔야지. 7시 일어나던 사람은 6시 50 분 또 뭐 6시 40분 이렇게 조금씩 바꾸는 거야”
응? 뭐라고 은율아?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아니 어떻게 작은 습관의 핵심을 저렇게 잘 알고 있지? 아빠의 수제자답구나 하하하.
어느새 꿈나라로 여행을 떠난 두 딸의 얼굴을 보며 난 이런 생각을 한다.
‘얘들아, 아빠는 벌써 TV 촬영 무사히 잘 끝낼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겼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