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 사이러스, 샤키라, 태양 지민, 뉴진스 등 외
먼저 1위를 차지한 마일리 사일러스의 flowers. 마일리의 걸출한 재기라고도 해석해볼만 하다. 기본적으로 flowers는 베이스가 이끄는 벌스부터 레트로한 느낌이 물씬나는 댄스 팝곡. 여전히 빌보드 차트는 레트로의, 그것도 7-80년대의 디스코의 영향권 하에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미디움 템포의 팝 곡은 코러스에서 특유의 레트로한 맛이 더욱 극대화된다. 곡의 구성이나 장르로서 특별한 느낌을 준다기보다는 코러스의 멜로디가 묘한 매력을 주는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곡 자체가 특별하다기보단 마일리 자체의 까끌까끌한 허스키 보이스와 잘 어우러져 매력이 극대화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가사가 마일리 사이러스의 실제 이야기, 즉 전남편 리암 헴스워스와의 스토리를 담고 있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볼만 하다.
9위로 데뷔한 곡은 Bzrp Music Sessions, Vol. 53으로, 일렉트릭한 사운드가 특징인 어반 라틴팝이다. 단순히 라틴팝인 것뿐만 아니라 EDM 사운드, 2절 벌스에 등장하는 정직한 박자의 랩, 전반적으로 정직하게 반복되는 전반적인 송폼까지 어쩐지 2010년대의 EDM 곡들을 생각나게 하는 곡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어쩌면 5위의 I'm Good이 인기를 얻은 것을 생각해보았을 때, 2010년대에 유행하던 전형적인 EDM 곡들이 다시 유행 궤도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실은 곡 자체가 빼어나다기보다는 다른 요인들 덕에 높은 순위로 데뷔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르헨티나 디제이 비자랩과 함께한 라틴팝의 여왕 샤키라의 귀환인지라 사랑받는 것도 분명하지만, 가사가 최근 샤키라의 연애사와 관련이 있다보니 인기를 얻은 것 같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샤키라나 마일리 사이러스, 테일러 스위프트, SZA 등 오랜만에 여성 아티스트들로 꽉 찬 핫 백을 보니 조금은 흐뭇한 마음도 든다.
56위로 데뷔한 On Wat U On은 그로릴라와 함께한 전형적인 힙합곡이다. 피아노와 함께하는 트랩 비트가 특징인 곡. 힙합 곡으로서 특이하게 볼만한 점은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자세한 평은 없이 위처럼 마무리하고자 한다.
75위로 데뷔한 nonsense는 사브리나 카펜터의 곡으로, 22년 7월 발매된 앨범의 수록된 곡이다. 동시에 사브리나 카펜터의 최초 핫백 진출이기도 하다.
nonsense는 어쿠스틱 기타가 중심이 되는 알앤비 팝으로, 2절 벌스에 등장하는 싱잉랩이 매력적이다. 상쾌한듯한 멜로디가 딱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팝임을 보이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사브리나 카펜터 특유의 몽환적이면서도 퇴폐적인듯한 매력이 많이 드러나지는 않은 것 같아 동앨범에서 다른 곡을 더 추천하고 싶기는 하다. 이 곡 역시 발매 시기에 비해 갑자기 조명받는 이유는 틱톡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매주 빌보드 차트를 리뷰하며 느끼는 거지만, 우리는 정말로 틱톡의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
76위로 데뷔한 Vibe는 태양과 지민이 함께한 곡으로, 인트로의 키보드 소리에서 전환되며 강한 비트감으로 포문을 여는 알앤비 팝이다. 기타 리프는 이 곡에 상쾌함을 더한다. 코러스로 넘어가면서 나오는 비트감은 물론 곡 전체적으로 사용되는 보코더 사운드는 90년대에 대한 향수를 더한다. 다만 코러스의 멜로디가 조금은 아쉬운 감도 없잖아 있달까. 개인적으로는 지민의 목소리를 알앤비, 그것도 뉴잭스윙과 더할 생각을 했다는 게 굉장히 새로운 시도로 들린다.
91위로 데뷔한 뉴진스의 OMG. 디토에 이어 동 싱글 앨범의 곡도 차트인에 성공했다. 벌스, 프리코러스, 코러스의 비트가 전부 달라 한 곡을 들으면서도 지루함을 느낄 새를 주지 않는다. 하우스에서 영향을 받은 UK garage와 힙합 비트인 트랩을 적절히 섞어 오묘하고 신선한 곡을 만들어냈다. 쿠키를 부른 그룹의 노래임을 설명하듯 비슷한 느낌으로 이어지는 특유의 일렉트릭 소스는 뉴진스의 정체성을 굳혀낸다. 멤버들의 힘 빠진, 장난스러운 가창 역시 곡의 매력을 더하는 포인트 중 하나.
98위로 데뷔한 Heart To Heart는 맥 데카르도의 곡이자, 리드미컬한 베이스라인, 부드러움을 더하는 피아노와 잔잔하게 얹히는 보컬의 조화가 매력을 더하는 재지한 베드룸 팝곡이다. 앞서 서술한 악기들은 물론 약간의 긴장감을 더해주는 일렉트릭 fx는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을 만큼 반복되는 단순한 송폼의 지루함을 조금은 지워준다. 19년에 발매된 곡이 이제서라도 사람들의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 다행이라 느껴질 만큼 괜찮은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