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흔적

1.포니테일

by 재학

40년이 흘렀다.

이 시간이면 대부분의 기억은 희미해진다. 대부분의 기억은 그렇다.

해마 속 깊은 곳에 웅크린 기억도 새로운 시간에 밀려 희미한 흔적을 남기고 사라진다.

대부분의 기억은 그렇다. 그 기억 중 어느 것은 남는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밀고 들어와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 낸다.

그 기억이 있다.

시간이 갈수록 선명함에 더하여 자리를 넓혀 가는 기억이 있다.

얼마나 깊은 자국을 내서 그럴까. 어제 일처럼 생생히 떠오르는 기억을 더 이상 누를 수 없다. 꺼내야 했다. 깊숙이 웅크리고 있던 기억이 기어 나왔다.

이 이야기는 기억의 이야기다.

기억에 의존해 쓴다.

기억의 견인차는 머릿결이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노랑머리가 등허리에서 찰랑거렸다.

어쩌면 묶었는지 모르겠다. 걸음에 맞춰 규칙적으로 흔들렸다.

묶은 머리였는지 아니었는지 중요하지 않다. 금발이었고 찰랑거렸다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금발은 뒤통수에 말꼬리를 만들었고, 작은 소녀는 세상의 모든 여자로 바뀌었다.

그 시간 이후 뒤로 묶은 머리(포니테일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를 보면 기억의 시작점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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