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 것 없어

1. 창순

by 재학

창순은 자동차를 좋아한다.

자동차도 좋지만 운전하는 것은 더 좋다.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좋다.

‘가르릉’거리는 녀석, ‘휘리릭’휘파람을 불며 달려나가는 녀석,‘우웅’하며 기분 좋은 울림을 주는 녀석.


자동차를 좋아하는 창순에게 자동차가 없다.

창순이 타는 자동차는 아내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

그동안 몇 번 자동차를 바꾸면서도 줄곧 아내의 이름이었다.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운전면허증을 아내가 먼저 땄고, 등록한 햇수가 오래된 아내의 보험료 할인이 많기 때문이다. 창순이 자동차가 없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첫 번째 차는 올림픽 이듬해 만났다.

사회적으로 자동차 대중화가 시작되던 시절이었다.

회색, 흰색이 주류를 이루는 자동차가 쏟아져 나왔다. 창순은 첫차로 H사의 엑셀을 사고 싶었다. 생긴 것도 예뻤고, 가벼워서 잘 나간다는 평과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아내의 생각도 같았다. 신문 스크랩을 몇 번인가 하고, 조심스레 매장을 둘러보며 언제 저 차를 살 수 있을까 즐거운 고민을 했다.


하지만 창순의 첫차는 D사의 르망이 되었다.

자동차 구입을 고민하는 시기에 D사 영업사원이었던 중학교 친구가 나타난 것이다.

절친까지는 아니어도 어깨동무하며 다닌 친구였다. 몇 대를 팔아야 하는데 아직 계약도 못 했다는 둥 앓는 소리를 하는데 야박하게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동차에 대하여 알지 못했고, 그리고 무이자 할부에 대한 유혹이 컸다. 약간의 아쉬움과 망설임은 친구의 도로 연수와 트렁크 가득 채워 넣은 선물(?)로 달래야 했다. 그렇게 자주색 첫차가 생겼다. 일요일이면 사무실에 나가 정성스럽게 세차를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광택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