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 것 없어

2. 첫차

by 재학

첫차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것은 만족과 불만족이 있다는 뜻이다.

조금은 시끄럽고, 신호등에서 출발할 때 굼뜬 것, 승차감이 좀 더 부드러웠으면 하는 것 등이 아쉬웠다는 것이다. 반면에 후진을 하려면 기어봉을 들어 올려 앞으로 밀어야 하는 색다름과 에어컨 성능이 좋았다. 시골에 갔다 올 때마다 트렁크가 미어지도록 짐을 싣고도 잘 달렸다. 시끄럽다는 것도 만족과 불만족이 섞여 있다. 가족이 함께 타고 있으면 시끄러웠다. 아내는 신호등 옆에 서 있는 H사의 엑셀보다 시끄럽다고 했다. 사실 그랬다. 그렇게 시끄러운 차가 나 혼자 타면 소음이 아닌 음악이 되었다. ‘부르릉부르릉 둥둥둥’소리가 좋아 새벽 고속도로를 달리곤 했다.


창순은 오늘 자동차가 필요했다.

지방 출장을 가야 한다. 굳이 창순이 가지 않아도 되는 출장이지만, 성격에서 오는 의무감이 놔두지 않았다. 몸이 편해서 마음이 불편한 것보다 조금 힘들어도 직접 하자는 것이 창순의 생각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아내에게 지방 출장이 있음을 말했다.


언제나처럼 아내는 출장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여행용 세면도구, 양말, 속옷 한 벌, 셔츠와 바지 등. 빠뜨리지 않고 영양제 병도 넣는다.

“하루 출장인데 영양제까지?”

“먹을 때 하고 안 먹을 때 하고 다르다며?”

“하긴 그래”


회사는‘CB 푸드’라고 국내뿐 아니라 일본, 유럽 일부, 미국에도 수출하는 규모가 제법 컸다.

취급하는 품목이 고급품으로 자리매김하며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어 성공한 회사로 평가받는다. 아파트 상가 건물 4층 사무실에서 서너 명 직원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크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창순의 업무는 적정량의 재고 유지다. 신선도가 생명인 식품은 저온 창고에서 아무리 잘 보관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물량을 그날그날 실어 보낼 수도 없다. 따라서 회사는 너무 많이도 적게도 아닌 재고를 유지하는 것, 재고의 마법이라고 부르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비축 창고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창순의 판단에 의하여 회사 매출이 좌우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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