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곡성 창고
사실 재고량은 사무실 컴퓨터가 실시간 확인을 해 주고는 있다.
안성 창고에는 포도와 배가 수분 18%, 온도 3℃로 12TEU 분량이 쌓여 있다.
무안 창고는 양파 13톤, 곡성 창고에는 햇빛에 잘 말린 고추가 8톤 저장 중이다. 창순은 오늘 곡성 창고의 재고를 확인하고 싶었다. 유럽 수출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한국산 고추는 유럽인들이 좋아할 만큼 적당히 매우면서 달콤하단다. 매혹적인 맛이라면서 유명한 음식 잡지에 실리기도 했다. 동양의 특이한 소스로 고급 식당에서 우리의 자기에 담겨 나오는 고추장이 유행할 거라는 시장 보고서가 올라왔다. 몇 번인가 본 적이 있다. 약간의 과장된 표정과 몸짓이 섞인, 그러면서 신기한 체험을 한다는 느낌이 역력한 외국인들이 고추장을 찍어 먹는 모습은 언제 봐도 웃음이 나왔다.
곡성 창고를 직접 가 보고 싶은 것은 창고 확인보다는 회사와 협업 관계에 있는 현지 농가를 방문하는 목적이 컸다. 고추 파종과 수확 철에 몇 명의 직원이 내려와 상주하지만 이번 출장은 그런 것이 아니다. 고추밭에 가서 직접 확인을 해 보고 싶은 것이다. 농가나 창고가 아닌, 흙, 작물을 눈으로 보고 싶은 출장이었다.
고추는 다른 작물에 비하여 잔병치레가 적다.
탄저병, 무름 병만 잘 관리하면 때깔이 고운 고추를 얻을 수 있다. 고추에게 탄저병, 무름병은 치명적이다. 빨갛게 익어 가는 고추 속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국수 면발 굵기의 험상궂은 녀석이 들어앉아 속을 파먹는다. 그러면 고추는 벌레만큼이나 거무죽죽한 색깔로 변하며 물러져 버렸다. 고추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흉측한 벌레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했다. 싸움을 이기는 방법은 간단했다. 수시로 농약을 뿌려 주는 것이다. 한때는 분말 농약을 뿌리기도 했으나, 이제는 대부분 액체 농약을 사용했다. 고추가 익어 갈 동안 서너 번 농약을 쳐 주면 때깔 곱고 길쭉한 고추를 얻을 수 있었다. 보기만 해도 탐스러웠다. 빨갛게 주렁주렁 달린 고추밭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회사도 처음에는 아름다운 고추밭을 보고 밭떼기라 부르는 수매를 했었다.
수매 팀이 보내온 고추밭 사진은 예술이었다. 이렇게 탐스럽고 예쁜 고추를 어떻게 찾았는지 무용담이 난무했다. 컨테이너에 실어 보낼 때 행복했다. 추가 주문이 쇄도할 것에 들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