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1.얍삽한 차

by 재학

7:58

광고가 나오는 시간이다.

광고를 듣고 있으면 아까운 생각이 든다. 소음처럼 느껴진다.

잠깐의 고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 구간은 우합류, 앞차에 바짝 붙지 않으면 어느 순간 오른쪽에서 연속 두 차선을 끼어드는 얌체가 있다. 미울 때도 있고 너그러이 이해되는 날도 있다. 여기서부터 회사까지 8km 구간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간다. 가능한 사이좋게 가야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바쁜 아침 1차선 정속 주행하는 차는 눈총 1위다. 추월은 하지만 차도 몸짓이 있다. 온몸으로 분노를 발산하며 추월해 간다. 느껴진다. 알 수 있다.


계기판 시계가 8:00를 알리면 라디오를 켤 것이다.

우주선 통신 같은 시그널 음악이 나오고 ‘읽어주는’ 멘트가 나온다. 가슴에 착 달라붙을 때가 있어, 이 말을 듣고 또 다른 채널을 돌리지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마다 하는 행동이다.


낼모레 추석, 명절 보너스는 생각보다 적게 나왔다.

대신 며칠의 연휴다 그럭저럭 괜찮은 기분이다. 이럴 때 끼어드는 차는 용서가 된다. 그런 생각으로 앞차에 바짝 붙지 못했나 보다. 조금 벌어진 틈으로 뒤 2차선에 있던 검정 K7이 어느 순간 앞으로 들어와 버린다. 냉큼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진한 선팅 덕분에 운전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틀림없이 밉상일 것이다. 절로 욕이 나온다.

‘얍삽한 놈이군.’

‘운전을 저렇게 하고 싶을까?’

‘고놈 참~’


새치기든 위협이든 하고 나면 가해(?) 운전자도 상대방의 표정을 살핀다.

미안해서도 그렇고 보복의 위험을 걱정해서도 그럴 것이다. 어디까지나 그런 수준이다. 그리고 번호판 한 번 본다. 디자이너의 작품일까? 구조적인 문제일까?


자동차에서 가장 먼저 들어오고, 잘 들어오는 것이 자동차 번호다.

신기하다. 보지 않으려 해도 보이는 것.

방금도 앞차에 얍삽한 시키하고는 자동으로 번호판에 눈이 갔다.

‘어?’

눈에 익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디서 봤을까?

회사 주차장? 동네? 지난번 사무실? 거래처? 분명한 것은 낯이 익다는 것이다. 그 순간 라디오에서 멘트가 흘러나왔다. 오늘도 하나 건졌다.

‘길을 가다 돌을 만나면 약자는 걸림돌이라 말하고 강자는 디딤돌이라고 말한다.’

토마스 칼라일이 한 말이라고, 청취자가 좋아하는 말이라고 보낸 것을, 진행자가 읽어 주는 것이다. 나는 걸림돌이라고 했을까? 디딤돌이라고 했을까? 나는 강자였을까? 약자일까?

고개를 오르기 전에 신호등이 있다. 그 번호가 앞에 있다. 저 차를 어디서 봤을까? 그 순간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었다. 1차선 차가 굼뜬 것도 아닌데 2차선으로 칼치기를 한다. 신호 떨어지기 무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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