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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Opinion 수필

진실이 불편하다 싶으면...

믿을 수 없는 이야기 Unbelievable

by S 재학

상담사

“혹시, 그 경험을 통해 네가 얻은 건 없을까?

살다 보면 남들이 널 이해 못하고 믿지 않는 상황이 또 올 수도 있어. 그럴 때 어떤 식으로 생각하면 좋을까. 이렇게 억울한 일이 또 생기면 네가 어떻게 감당할지 궁금해.”

마리 애들러

“뭐가 정답인지는 알아요. 또 그런 일이 생기면 거짓말 안한다고 해야겠죠. 하지만 실제로는 더 일찍, 더 완벽하게 거짓말할 거예요.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죠. 혼자서. 누가 나를 아무리 아낀다고 해도 그거 아니예요. 그냥 하는 말이죠. 나를 아껴주고 싶고, 그러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나보다 다른 일들이 더 중요해지거든요. 그러니 처음부터 잘할 거예요. 거짓말로 좋은 사람들마저도, 아무리 내가 믿는 사람들이라도, 진실이 불편하다 싶으면, 꼭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싶으면 믿어주지 않거든요. 나를 진짜로 아끼는 사람들조차 다들...

믿어주지 않죠.”

연휴 미국 드라마를 봤다. 8부작이었다. 3부작쯤일 것 같아 보기 시작했는데...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멈추지 못했다. 결국 새벽을 맞이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세 살 때부터 위탁가정을 전전하는 10대 소녀 마리 애들러(케이틀린 디버), 어느 날 집에서 침입자에 의해 강간을 당한다. 경찰에 신고하고 수사가 시작되지만 현장과 소녀의 몸 어디에도 증거가 남아 있지 않다. 당연히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사건을 들은 전 위탁모가 최근 위탁모를 찾아와 대화 중에 애들러의 부정적인 과거 행동에 대해 이야기 한다. 둘의 생각이 일치하고, 곧바로 경찰서를 찾아간다.

그리고...경찰의 의심, 대처를 못하는(경찰이 하는 말을 이해하는 능력도 없는) 애들러.

어어어~ 하다 보니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수백km 떨어진 콜로라도주 골든 경찰서 관할에서 강간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듀발 형사(메릿 웨버), 경찰인 남편과 아이 둘 키우는 워킹맘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또 다른 멋진 형사(역시 여자다.) 라스무센(토니 콜렛). 라스무센 역시 같은 콜로라도주 웨스트민스터 경찰서 형사다. 두 사람은 연쇄 강간 사건을 염두에 두고 공조수사를 한다. 범인의 치밀함에 매뉴얼 북을 습득했을 것 같아 경찰을 의심하다 봉변을 당하는 라스무센, 법무부장관실에 근무하는 남편에게 부담감 가득 주며 자료를 빼달라는 라스무센, 범인을 체포하는 마지막 순간 듀발에게 공을 돌리는 라스무센.

듀발이 멘토라고 부를만하다.

듀발 역시 멋지다.

팀원을 꾸짖으며 닦달하는 모습에서 리더를, 공적 직무 수행자가 갖춰야 할 모습을 보았다. 옷차림이 무척이나 편안하다. 두 치수 큰 옷, 청자켓, 투박한 검정 구두, 이 모습까지도 멋있다. 오히려 근면해 보인다. 연필로 메모해 가며 cctv를 검색한다. 꼼꼼함, 치밀함이 무엇인지(직무사명감이라 하고 싶다.)...

표정 연기, 완전 몰입하게 만든다.

두 여형사 멋지다!

다시 애들러 이야기다.

사람에 의하여 받은 상처 사람이 치유해 줬다.

듀발과 라스무센에 의해 밝혀진 진실, 애들러는 거짓말쟁이가 아니었다. 진실이 밝혀졌는데 애들러에겐 단돈 500달러(그것도 자신이 낸 범칙금)만 남는다. 끝내 미적거리다 돌아서는 처음 조사한 남자 형사, 애들러는 자신의 힘으로 맞선다. 시청에 사과를 요구하고, 15만달러를 받는다.

(변호사가 두 배는 더 받아 줄 수 있다고, 대신 너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거라고 하지만 거절한다.)


현실은 더 참혹하고 더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결말이 영화처럼 아름다웠을까?


살아가면서 외면한 진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애들러를 만들어 냈을까? 불의에 맞서는 용기까지는 아니어도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성숙함이 있을까? 보행이 불편한 사람의 느린 횡단에 분노하고, 전철에서 애써 눈감고 앉아 있지는 않았는지. 표정으로 묻는 동료에게 뒷모습으로 답하지는 않았는지.


고통과 분노, 무력감을, 허공에 머무는 눈빛으로 연기하는 애들러 멋있다.

진짜로 멋진 결말.

죄를 범한 너! 327년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한다!!!

사진 믿을 수 없는 이야기 – Daum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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