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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Mar 12. 2024

어쩌다

3. 진할머니

진할머니~ 

제가 취미 두 가지를 즐기는 데 그중 하나가 요리랍니다. 남들과 똑같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도 제 요리가 훨씬 맛있다고 하네요. ㅎㅎ 비결이 무엇이냐고요?

고추장 한 숟가락, 된장 작은 숟가락 조금, 거기에 정성 듬뿍!!

언제나 이렇게 말해요. 사실인걸요.

할머니 김치를 먹고 나서... 아~음식은 이런 거구나, 그동안 나는 자만했구나. 정성 조금이었구나!          



할머니가 담궈 주신, 중부지방 본연의 김치, 그전에도, 그 후로도 먹어 본 적이 없는 김치를 먹었어요. 

보통 젓갈 듬뿍 들어가고, 빨강 범벅인 김치를 죽죽 찢어 먹는 맛 있잖아요. 김치는 그런 것인 줄 알았어요. 세상에~ 희여멀건한 배추가, 자세히 살펴야 보이는 고춧가루, 냄새 나는 듯 안 나는 듯 젓갈로도 김치가 되데요. ‘담백한’ 맛! 일품이라는 이름을 받으셔야 해요.

다른 할머니 아시면 안된다고, 안받으면 공부 안한다는 협박(?)에 밤 늦은 시각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잖아요. 저만치 어둠 속에서 보따리 들고 나타나신 할머니, 저 얼마나 가슴 떨렸는지 모르실거예요.


      

할머니는 그 동네가 친정이라고 하셨잖아요. 음식 맛 만큼 조곤조곤 말씀하신 할머니 김치 다시 먹고 싶어요. 이제는 담궈 달라 하고 싶어요. 문득문득 할머니 아들 카카오톡에, 할머니는 전화번호를 아들 것으로 적어 주셔서 그 번호가 제게 떴답니다. 할머니와 아드님이 찍은 사진이 올라 올 때가 있었어요. 저도 그곳을 떠나고 정신없이 살다보니...기운 없이 아들 품에 기대어 찍은 사진, 아마 할머니 집 마루 쇼파 같았어요. 가슴이 아려 오는 아픔이 이런 거더군요. 달려 가고 싶고, 보고 싶은데, 바쁘다는 핑계로, 지금 이 마음을 혹시 나만 갖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기우에. 끝내. 


이제는 더 이상 전화번호가 뜨지 않네요.


이미지

중부지방백김치 – Daum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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