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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다 Apr 17. 2023

부부, 결혼생활 싸우는 게 정답은 아니잖아

"그렇게 될 거야, 다들 그래"

연애 5년, 결혼 생활 3년, 아들 하나, 연차로 우리는 아직 신혼부부다. 신혼이라는 단어가 주는 스위트함, 풋풋함, 설렘은 갓 결혼했을 때보다는 많이 무르익어있다. 핫핑크가 붉은 자두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두근두근 연애시절을 거쳐 버진로드를 지나 한 가족이 된 이후로는 의리로 산다고들 말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동지애라는 말도 들리고. 남과 여로 달달한 사랑을 속삭이던 사이가 결혼을 기점으로 왜 영화 300에 나올 듯한 전사가 되었을까. 생각을 달리해보면 그만큼 서로의 아주 깊숙한 곳까지 서로가 많이 닮아가고 있다는 게 아닐까 싶다.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함께 이겨내는 전사!

생각해보니 선덕선덕한 연애시절부터 어깨동무를 한 동지에 이르기까지 신랑과 나는 싸움을 해본 적이 없다. 여기서 싸움이란 사전적 의미로 말, 힘, 무기를 가지고 '서로 이기려고' 다투다를 의미한다. 싸움의 정의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찾아보다가 의문이 들었다. 이기기 위해서 다툰다? 아니 왜? 내가 내 가족을 이겨서 뭐 하지?


나의 어린 시절, 부모님의 잦은 다툼으로 인해 어린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밤잠을 자는 와중에 코피를 쏟는 일이 허다했다. 고성이 오가는 살벌한 분위기에 잠에서 깨기도 일쑤, 그럼 곧장 이불을 뒤집어쓰고 덜덜 떨면서 빨리 잠에 다시 들기를 바라며 눈을 질끈 감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부모님이 다정하고 우리 가족이 화목했던 기억이 나에게 없다는 게 부모가 된 요즘 참으로 아쉬운 부분인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이상형은 다정다감한, 대화가 되는 사람이었다. 괴팍하게 큰 목소리로 내가 너보다 우위에 있다는 걸 강조하지 않고, 내 말이 맞다고 윽박지르지 않고, 성질대로 안된다고 손을 함부로 쓰는 사람이 아니길 바랐다. 무엇보다 내 친구보다는 내 가족이 우선시 되는 사람이기를 정말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지금 친구로 11년을 지내다 연애 5년, 결혼생활 3년 차인 우리 신랑은 나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지만 그런 부분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좋은 부분에 있어서는 서로가 닮아가고 있는 평생 배필이자 위에 언급한 내가 바라는 '이상형'에 매우 가까운 사람이다.


오랜 시간 동안 친구로 지냈고 연인이 되었고 이어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우리를 보고 다들 결혼하면~ 그리고 아이를 낳으면~ 부부는 이렇게 된다는 정의를 내려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결혼선배이자 육아선배들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누군가 걸어간다고 했을 때 그간 자신들이 가장 아쉽고 씁쓸했던 경험과 기억들을 되살려 나를 위한 조언이라며 이야기를 해줬는데 아직 닥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은 좋지만 근심까지 심어주는 건 도가 지나치는 생각이 들었다.

"콩깍지가 벗겨지는 건 시간문제야~", "너 결혼은 현실이다?", "결혼은 각오가 필요해 각!오!" 도대체 무슨 결혼생활을, 어떤 결혼생활을 했기에 버진로드에 그림자도 비치지 못한 나에게 이러한 말들을 쏟아냈을까. 나도 그랬으니 너도 그럴 거야, 그렇게 될 거야 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혼하고 좋은 건 없나요? "모든 게 맞지는 않아도 가족으로 산다는 게 좋더라", "이제 데이트하고 헤어지지 않아도 되니까 좋아", "평생 내 짝꿍이 생겨서 너무 든든해" 이런 말들을 하기엔 결혼이라는 현실은 너무 가혹했던 것일까?


부부사이 불필요한 싸움을 굳이 만들 필요가 있나?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표현을 해도 주변엔 사소한 싸움으로 인해서 이혼을 논하고 극에 치닫을 때까지 서로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 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누구든 꼭 거쳐가는, 피할 수 없는 과정 중 하나라고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이야기 한다. 내가 꼭 부부싸움을 경험해 보기를 바라는 것처럼.


내가 마주한 결혼은, 내가 정의하고 싶은 결혼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남녀가 가족을 이루면서 서로에게 빠르게 물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의 전형적인 아버지상이라는 신랑과 짱구 같은 개구쟁이라는 나, 성격검사가 정의한 우리 부부의 모습이다. 얼마나 극명하게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만났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신랑은 계획적인 반면에 나는 즉흥적인 사람이고 안정을 추구하는 신랑과 다르게 나는 도전과 모험을 즐기는 사람이다. 부딪치려면 일상 어느 면에서도 신나라 하게 부딪칠 수 있고 그로 인해 말다툼도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둘의 성향이지만 서로의 손을 깍지 끼듯 꼭 잡고 가는 게 우리 부부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의 빈틈을 서로가 가득 메워주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부부싸움'으로 번지지는 않는다.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는 신랑에게 무모한 도전을 즐기는 나는 무한한 용기를 심어주고 일단 시작하라는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앞뒤 안 가리고 직진만 하는 나에게 신랑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렇다고 서로가 서로에게 무조건적인 수용을 하지는 않기에 의견충돌은 분명히 존재하나 이는 대화로 이어지고 역지사지로 서로의 입장과 의견에 집중하고 이해하면서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면 꼭 내 주장을 강력히 어필하면서까지 싸울 필요는 없어진다. '내 말 좀 들어봐!'라는 의미로 목소리를 키우면 서로에게 이로울 결론이 내려지기란 쉽지 않다. 더불어 나에게 부족한 면을 배우자가 지니고 있다면 이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ENFP였던 내가 신랑과 결혼생활을 하며 ENFJ가 되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들을 배우고 계획을 세워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증거다.


결혼생활을 하다보니 신랑과 의견차이는 분명 있으나 싸움으로 번지지 않기 위해 내 나름 노력한다. 특히 대화, 말투 등에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데 3년 동안 같이 살면서 눈에 보이게 느껴지고 있는 부분이 내 노력을 신랑이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 내가 쓰는 말, 평소 내가 하는 행동들을 신랑이 고스란히 따라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아, 이래서 부부는 서로의 거울이라고 하는 거구나' 라고 실감이 났다. 어느 한 쪽의 노력이 억울하다 생각할 수 있으나 반사되어 나에게 다시 돌아올 때 그 기쁨은 배가 된다. 내가 느끼는 기분을 내 배우자도 느꼈겠지? 라는 생각을 해보면 더할나위 없이 배우자를 존중하고 존경하게 된다. 그게 곧 내 모습이 되니까.


현명하고 지혜로운 결혼생활을 하기 위한 노력이 빛을 바랄 때, 그 기쁨을 한 번 맛보면 보다 나은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고로, 배우자를 이겨먹기 위한 부부싸움은 애시당초 생각을 말아야! 결승선에 누가 들어가냐, 승자와 패자가 누구냐가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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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될 거야, 다들 그래"

"아니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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