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해서 미안해요
어렸을 때, 그러니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와 똑 닮은 사람이 좋았다. 그리고 나도 내 친구와 똑 닮아지고 싶었다. 같은 공책, 같은 신발, 같은 머리 스타일, 누가 봐도 우리가 친구라는 걸 알 수 있게 닮아지고 싶었다. 그리고 항상 소원했다. 앞으로도 나와 똑같은 아니면 적어도 나랑 많이 비슷한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 수 있기를. 그럼 취향이나 생각이 맞지 않아 고생할 일도 없고 너무 행복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 당시 나와 똑 닮은 친구들과 함께해서 행복했다기보다는 그냥 인생에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학교는 일찍 끝나고, 숙제는 일기 쓰기뿐, 하루 종일 놀이터에서 놀고, 투니버스를 보다가 잠드는 삶에서는 옆에 누가 있어도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차차 시간이 흘러 지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고, 인생이 지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점차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점점 내 세상이 넓어지면서 나와 너무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싫은 점을 콕 집어내기가 힘들었다. 싫어한다면 그 이유가 있을 텐데, 말도 안 되는 이유라도 이유가 있을 텐데,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이 상대에게 보여서 싫어졌다는 것을.
내가 자주 하는 실수, 내가 고치려 했는데 고치지 못한 버릇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면 그 모습을 통해 나를 미워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떤 평가를 할까 지레짐작을 하며 겁을 먹었다. 그리고 이런 미워하는 마음, 겁먹는 마음을 유발하는 상대가 원망스러웠다. 생각해보면 같은 약점을 가진 사람들끼리 친해져서 서로 돕고, 터놓고 얘기한다면 참 좋을 텐데,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다. 실제로 한 사람과 막 친해지려는 차에 “너는 나랑 참 닮은 게 많아서 좋아”라는 말을 듣자마자 약간의 두려움과 마음의 벽이 생긴 것을 느낀 적도 있다.
이건 다시 내가 나를 많이 사랑하고, 다시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하면 사라질 반응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