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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식 May 13. 2021

블루보틀 뉴올리언스

그리고 이태원,

9시가 조금 넘어 일어났다. 


안방을 열고 거실로 나가니 전날 미세먼지를 확인하고 열어둔 창에서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오늘은 틀림없이 날씨가 좋을 것이다. 나는 아내도 좋은 날씨에 일어났으면 해서 안방 창문도 열었으나 주말에 늦게 자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어서 씻었다. 


일단 나왔는데 배가 고팠다. 시간은 10시를 지나가고 있었다. 이삭토스트 열었겠지 하며 걸어갔다. 매장에 도착해서 햄스페셜 토스트를 시켰다.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메뉴다. 토스트를 포장해서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았다. 순식간에 토스트를 먹고 책을 읽었다. 햇살은 따뜻했고 그늘 진 곳은 시원했다. 바람은 걸리는 것 없었다. 간만에 느껴보는 시원하고 따뜻한 봄바람이었다. 오늘 기온은 23도였다.


한 시간 정도 지나서 집에 왔다. 아내가 만들어준 국수를 먹고 머리를 자르러 갔다. 사람이 많아서 예약했는데 조금 더 기다렸다. 평소같으면 퇴근길에 머리를 자르기 때문에 머리를 깎고, 감고, 그냥 나온다. 오늘은 아내와 서울 데이트가 있기 때문에 세팅해주세요 부탁했다.  


지하철을 오랜만에 탔다. 운이 좋게 금방 자리에 앉아 잡지를 좀 읽었다. 한남역에 도착했다. 한남역에 도착해서 15분 정도 걸었다. 국수 양이 적어 둘 다 배고팠다. 앤더슨이라는 레스토랑에 도착해서 동네보다 비싼 가격의 파스타와 샌드위치를 시켰다. 맛있었다. 

식사를 하고 포토박스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런 포토박스를 보면 지나치치 못한다. 물론 아내가. 근처에 블루보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향했다. 앉을 자리는 없어서 테이크 아웃을 해야 했다. 주문을 기다리면서 진열된 상품들을 보는데 콜드브루 추출도구가 있었다. 요새 한참 흥미를 갖던 거라 짧게 고민하고 샀다. 아이스 드립커피를 예상하고 시켰던 뉴올리언스라는 이름은 라떼였다. 나중에 알아보니 시그니쳐 메뉴라고 했다. 예상치 못하게 시켰던 라떼는 근래에 먹은 라떼 중에 제일 맛있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은 행운이라는 생각이 지금 든다. 어쩌면 오늘 하루가 내가 예상하고 계획한 것이 아니었기에 블루보틀 뉴올리언스 같은 하루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이태원. 이쪽은 아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굳이 올 일이 없었다. 당시 살던 안양에서 가기엔 번거로운 곳이기도 했었고. 이태원은 재미난 동네이다. 가장 감각적이고 세련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가도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정 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흔히 갖는 달동네에 대한 이미지 같은 것 말이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아무튼 이래저래 좋았던 하루였다. 계획한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서 예상치 못한 행복이 있었던. 블루보틀 뉴올리언스같은.


2021. 0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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