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번아웃 기간 | 짧은 극복기
최근 1년여간은 인생에서 처음 겪는 지독한 번아웃 시기였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이긴다고 하니,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서 일단 번아웃이 무엇인지부터 공부했다.
(물론 극심한 번아웃 시기가 아니라, 조금 회복되고 난 이후에 공부했다.)
번아웃이란 업무에 대한 효능감이 떨어지고 업무에 대한 거리감이 생기는 등의 다양한 증상을 의미한다.
번아웃의 원인은 다양하다.
단순한 과로뿐만 아니라, 자율성 없는 조직 문화, 일의 절대적인 양(양적 부하), 일관성 없는 일(질적 부하) 등…,
내 경우는 어느 날 갑자기 업무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시작됐다.
인지가 된 순간부터는 급격하게 소진되어 가는 경험을 했는데, 처음에는 절대적인 양적 부하였으나 이후에는 질적 부하까지 이어졌다.
업무량이 너무 많아지면서 초과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일관성 없이 여러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이후 업무량이 정상화되고 칼퇴근을 하게 되었으나, 좀처럼 번아웃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퇴근 후 취미 생활도 열심히 하고 주말이나 연휴에는 기분 전환 겸 나들이도 열심히 했지만 번아웃 상태는 여전했다.
번아웃은 단순히 업무량이 줄어들고 칼퇴근을 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었다.
통제감과 자율성이 있어야 해소되는 것이었다.
업무량이 많고 난도가 높더라도, 스스로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등 업무를 통제할 수 있다면 번아웃 해소에 도움이 된다.
반면에 업무량이 적더라도 업무가 경직되어 있고 자율성이 없다면 번아웃이 오기 쉽다.
번아웃 극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 통제감과 자율성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지금 내가 통제할 수 있고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레버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 결과 업무에 대한 관점과 휴가 정도가 내가 활용할 수 있는 레버였다.
주어진 업무를 주어진 시간 내에 수행하되, 기존에 해보지 않은 분석 기법을 활용하거나, 기존 업무를 자동화하여 다른 고민을 할 시간을 확보했다.
이렇게 관점을 바꾸고 여러 시도를 하다 보니 효능감이 올라가며 번아웃에서 서서히 벗어날 수 있었다.
적절한 휴식도 병행했다. 긴 기간 달렸다면 휴가를 내고 푹 쉬었다.
특히, 휴가 기간 동안에는 업무와 완전히 단절된 공간에서 시간을 보냈다.
(주로 해외에 있었는데 인터넷이 잘 안 되는 지역들이라 업무와 분리되는데 더욱 도움이 됐다.)
인생에는 커리어 외에도 중요한 것들이 많다.
특히 30대 이상이 되면 결혼, 임신, 출산, 주택 매매 등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이 더욱 많아진다.
때문에 이 시기에는 특히나 번아웃을 잘 예방하고 잘 극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 경우에는 업무에 대한 관점 바꾸는 것만으로도 번아웃이 상당 부분 해소되는 것을 경험했다.
혹시 지금 번아웃을 겪고 있다면, 관점을 바꿔보길 제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