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여행
청량사
절의 입구까지 왔다. 리더는 올라가지 않기를 권했다. 혹시 모를 안전사고 때문이다. 일행의 휴대폰이 단체로 울려댔다. 폭우와 강풍을 알리는 재난문자가 두려움을 조장하는 듯하다. 잠시 서성였으나 바람은 이미 내 등을 밀고 있다. 청량사까지의 산길은 매우 가파르다. 빗물은 미끄럼 타듯 내 앞으로 밀려내려 온다. 그럼에도 미끄럽지는 않다. 잘 포장된 도로 덕에 다리에 힘만 있으면 된다. 폭우는 우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했다.
청량사. 경북 봉화군 청량산 도립공원에 있는 사찰로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산 중턱 절벽에 세워진 절답게 아래로 보이는 풍경이 절경이다. 빗물은 연두 잎을 깊은 초록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 초록으로 들어갈수록 드러나는 풍경에 숨이 가쁘다. 카메라의 느린 셔터는 빗줄기를 그대로 담아낸다. 운무를 끼고 있는 봉우리를 코앞에서 보고 있으니 이날은 행운이었다.
할까 말까 할 때는 해야 하고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고 말한 사람의 일기장은 더 풍요로울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비 때문에 갈까 말까 했지만 그 덕에 청량사의 다른 매력을 실컷 보게 됐다. 시간에 맞추느라 조금 더 찬찬히 보지 못했음이 아쉽다.
가을에, 혹은 겨울에 다시 오게 된다면 통유리에 절경을 담고 있는 찻집에 한참 있고 싶다. 낭떠러지의 석탑에서 탑돌이를 해도 좋겠고 굽이굽이 산봉우리 잘 보이는 나무벤치에 앉아 멍 때리기를 해도 좋겠다.
막걸리를 부르는 날씨였다. 짭조름한 된장찌개와 매콤한 더덕이 맛있다.
바래미 마을
바래미.. 이름이 예쁘다. 바다 밑에 있었던 해저마을이라고 한다. 아랫마을에는 남호 고택과 명월루, 윗마을에는 만회고택과 명월루 등이 있는 의성 김 씨 집성촌이다. 동네 입구에 서면 오늘이 국경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집집마다 태극기가 게양돼 있기 때문이다. 작은 마을에서 독립운동가를 많이 배출한 자부심의 표현이 아닌가 짐작된다.
시골마을의 입구에는 큰 정자나무가 있을 법한데 이 곳에는 샘이 있다. 여름에 차갑고 겨울에 따뜻한 마르지 않는 샘이다. 동네 사람에게도 여행객에게도 끝없이 퍼주며 잠시 머무를 수 있게 해 준다.
담이 낮은 한옥들은 옆집과 잘 지내겠다고 말 하는 거 같다. 조용한 동네는 양반의 품위가 느껴진다. 서두르지 않는다. 무엇이든 천천히 보내면 된다고 말하는듯 하다.
게스트하우스로 이용되는 집들이 있다. 툇마루에 앉아 구름 구경해도 좋겠다.
바르미 마을 깊숙한 곳에 만회 고택이 있다. 마당 넓은 집에 안채, 사랑채, 중문간채 등 한옥의 구조를 모두 갖추고 있다. 민박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