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와 객관화시킨 자료를 들이밀며 내 주장을 관철시키고 싶지 않아.
앞으로도 그래.
너랑 내가 나누는 주제가 그 정도로 중요하고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이고,
그게 너랑 나의 관계에 전혀 건설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소모전으로 진행되기 때문이야.
우리 둘 다 쉽게 설득되는 사람도, 그전까지 자기 생각을 접는 사람도 아니니까.
하지만 결국 어느 쪽이 맞는 주장을 하고 있든
지식을 좀 더 쌓고 ‘계몽’하는 건 꼭 네가 나를 통해, 내가 너를 통해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니. 그 방식이 매번 피곤하고 가끔 폭력적이라고까지 느낀다면 더욱 그렇지.
다만, 이 사람이 지금 어떤 점에 있어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느끼면 최대한 대화에서 그걸 건드리지 않고 넘어가는 게 나는 배려라고 생각하고 관계를 지키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해. 순전히 관계 측면이고, 또 너와 나의 관계에 특정한 것이기도 해.
다시 넘어가기 싫지만 그 단어로 돌아가서, 우리가 어떤 점에 있어 합의하기 어려웠고 이걸 끝장까지 가서 한 명을 항복시키겠다는 의사가 우리 둘 다에게 없다면, 너는 그냥 그 말을 내 앞에서 언급하지 않는 걸 선택하는 게 쉽지 않겠니.
그 지루한 논쟁에 시간에 네 말대로 우린 좋아하는 것에 대해 더 얘기할 수도 있을 거고.
너랑은 언제나 마지막일 거라는 (근거 없는) 생각에 덧붙여, 너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남은 인생 다 헤아려 보더라도 매우 적을 거라는 (역시 근거 없는) 생각도 해. 그래서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유년시절의 연장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지만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네. 나한테 뭐 하나 득 될 게 없는, 매번 이렇게 귀찮게 하는 너를 때때로 궁금해하고 소식 듣고 싶은 건, 설명하기 어려운 그러나 매우 분명한 애정의 증거지.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생명체처럼 성장한다고 믿어. 그렇지만 꼭 인간처럼 외부 자극과 노력에 의해 발육의 정도나 속도를 다르게 할 순 있지만 그것이 가진 기질적인 특성을 다르게 하긴 어렵지 않을까. 너와 나의 관계가 가진 특성은 마찰이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이 메일 쓰던 중에 들었어.
그래서, 맥락을 벗어난 마무리를 하자면 나와 여러 방식으로 대화를 계속하려 해 주어 고맙고, 며칠간의 distracting 한 경험이었다면 미안하다.
그래도 나는 아무래도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