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 푸른, 건네는

그저 그렇고 그런 게 아니었어

by 해차

5.

G의 책방으로 향하는 길, 오전 진료를 마치자마자 점심시간을 즐기는 직장인들이 가득한 동네를 지나는 버스를 탔다.

창 밖의 풍경이 빠르게 변하는 경험을 오랜만에 한다. 사람들이 답답한 마음을 지니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드라이브 가고 싶다, 바다 보러 가고 싶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문뜩 궁금 해졌다. 답답함 때문이 아닐까. 끊임없이 달라지는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보면 나 또한 끊임없이 달라지는 것들 중 하나 일 뿐이라고 잔잔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음에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 이유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사회임에도 답답함을 표현해 내는데 바다 가고 싶다는 표현이 통용되는 것에는 의심에 여지가 없다.


어느덧 도착한 책방 앞. 투영한 유리문 건너로 G가 환하게 웃어며 가볍게 손을 흔들여 반긴다. 그는 왼손에 책을 붙이고 사는 거 아닐까..? 항상 책을 읽고 있는 그가 이제는 조금 현실감 없이 경이로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 오늘은 뭐 읽어요?" 나는 자연스럽게 책방의 문을 열고, 방금 전 그의 인사에 화답하듯 밝게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G가 조금은 흠칫했다. '뭐야.., 내가 들어올 줄 몰랐던 건가...' 가끔 그의 행동은 종잡을 수가 없다.


"사장님. 아니 G. 전에 추천해 준 책은 다 읽었어요. 다른 책이요. 어서!" 황당한 그의 표정에 대고 이야기하니, 그제야 표정을 가다듬고 살며시 미소를 지어 보이곤 내 질문에 답을 해준다. '음.. 요즘은, 혹은 최근에 하게 된 생각 같은 거 있어요? 도웅이 될만할 것들을 추천해 줄게요." G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 눈에 하나의 책이 들어왔다.


책방의 가장 구석자리에 위치한, 가장 허름하고 오래된 구석 중에 구석. 그 한가운데에서 나는 푸른빛의 책 끄트머리를 보았다. "G. 저 책은..." 홀린 듯이 나는 책을 집어 들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서서히 들어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보기 힘든. 아니 사실 현실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영롱함.


책을 집는 순간까지 G는 말리지 않았다. 그저 홀려 들어가는 나를 묵묵히 기다려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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