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철학. 당신의 마음.

O, 다스려야 해요.

by 해차

4.

"G. 우리는 괜찮은 걸까요?"

책상에 앉아 G가 추천해 준 책을 읽던 나는 뜬금없이 책방의 적막을 깨고 말을 꺼냈다. 책방지기인 G와 편의점에서 술 한 잔을 함께한 후로 나는 책방에 더욱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G에 대한 어떠한 끌림에 책방 앞을 스쳐 지나가지 못한다. 책방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는 단골손님이 되어버린 나는 G가 마련해 둔 '독자를 위한 자리'에 지박령처럼 붙어있게 되었다. '독자를 위한 자리'라는 곳은 책방 구석 한편에 나무 의자와 나무 책상이다. 책에 몰입하기 좋게 낡고 촌스러운 무늬의 천으로 살짝 가려진, 촛불과도 같은 독서등이 비추는. 아늑한 느낌이 들법한 공간이다.


"뭐가요? 오늘 추천해 준 책이 당신을 불안하게 해요?"

고요하고 흐릿하던 책방의 적막을 깬 나의 말소리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G는 당황하지 않고 읽고 있는 책에 시선을 고정하고 물어본다. '보통은 이렇게 갑자기 말하면 놀라지 않나. 역시 좀 특이한 사람이야. 그렇지?'


"불안하게 한다기보단, 지난번 편의점에서 들린 둔탁한 소리들 말이에요. 우리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걸까요. 제 옆에 이 아이요. 그날 저희 집으로 데려왔는데. 종일 저만 따라다니고 저만 바라보고, 저랑만 이야기하려고 하네요." 나는 그날 아득했던 밤의 하늘을 다시 떠올린다. 어둠이 가라앉았던 검은 하늘이 회색 빛으로 물드는 그 순간, 회색 빛에 붉은 물감이 떨어진 듯 서서히 붉은 기가 감돌던 그 하늘. 아무래도 G는 그 하늘을 외면하고 싶은 듯하다. 나는 분명 들었다. 사람들의 절규와 비명, 공포에 휩싸인 침묵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둔탁하고도 날카로운 소리들을. 내가 말 끝을 흐리며 촛불처럼 빛나는 밝고도 붉은 조그마한 독서등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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