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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찬 Sep 06. 2022

백승엽 엔와이즈 대표 변리사님을 인터뷰하다 (2)

특허 업계의 변화와 변리사님께 궁금한 것들

해찬 : 요즘은 부동산도 토큰화해서 거래하는 시대인데요, 특허도 토큰화할 수 있을지 혹은 그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승엽 : 실질적 변화는 없는 것 같은데, 일부 기업에서 아이디어 수준의 논의가 있었어요. 근데 특허라는 건 국가가 부여하는 권한이잖아요, 센트럴라이즈잖아요. 그런데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는 디센트럴라이즈잖아요.


뭔가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어요. 그런 권한을 탈중앙화하도록 허용할까에 대한 국가의 판단이 필요하죠. 되게 좋은 시도가 될 것 같아요. NFT가 소유를 구분하기 되게 좋으니까.


해찬 : 이번엔 특허 관련 이슈 중에서 멘토님께서 주의 깊게 보고 계신 이슈는 어떤 것인지 여쭤보고 싶어요.


승엽 : 유럽 통합 특허요. 원래는 특허가 국가별로 관리되는데 유럽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더라고요. 유럽은 원래 유럽 특허가 있었는데,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 사용하려면 돈을 추가로 내야 하고 불편하니 이런 움직임이 생기는 것 같아요.


해찬 : 어느 업계나 딜레마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멘토님께서 특허 일을 하시면서 부딪히신 딜레마가 있으시다면 어떤 딜레마인지 궁금해요.


승엽 : 특허를 100개 출원한다고 100개가 다 등록되면 그게 특허냐는 거죠. 50개는 되고 50개는 안 돼야 말이 되는 건데, 고객들은 100개의 특허가 다 등록되길 바라죠. 이 부분을 설득하기가 어려워요. 돈을 많이 들였는데 결과가 거절이라고 하니 화는 나겠지만요.


또 내용을 덧붙일수록 등록이 잘 되거든요. 제가 일을 쉽게 하려면 비양심적으로 구성을 이것저것 덧붙여서 특허출원을 해야죠. 등록이 잘 될테니까요. 제가 양심을 지킬수록 고객을 설득하기 어려워요. 등록이 안 될 가능성을 언급해야하니까요.


그런데 이것저것 다 붙여서 특허를 받아놓으면 아무도 이걸 안 써요. 원래는 지우개 달린 연필을 특허받고 싶었는데 기존에 있던 제품이니까 지우개 달린 연필에 뚜껑을 달아놓은 제품을 특허받은거에요.


뚜껑이 그렇게 필요는 없잖아요? 무용지물인 거죠. 그냥 특허가 하나 있는 거지 권리 행사를 할 수는 없어요. 특허권 행사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게 좀 어려우실테지만, 그냥 연필과 지우개 달린 연필로 생각하면 제일 좋아요.


지우개 연필로 특허를 받은 사람은 연필을 쓰는 사람들한테 권리행사를 할 수 없어요.


해찬 : 말씀을 듣다 보면 특허 출원을 하려고 찾아오시는 분들과 이야기하고, 그분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정말 중요한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해도 괜찮을까요?


승엽 : 그걸 이해시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죠. 이해를 안 하는 게 나아요. 그걸 다 이해할 수 있으면 좋지만 그게 어렵기 때문에 이 일을 전문직이 하는 거죠. 그래서 전문가의 양심에 손을 얹고 제대로 써주는 게 필요해요.


해찬 : 인터뷰하면서 느끼는 게 어느 분야나 커뮤니케이션은 굉장히 중요한 능력인 것 같아요.


해찬 : 이번에는 변리사로 일하시면서 뿌듯했던 순간이 어떤 순간이신지 여쭤보고 싶어요.


승엽 : 변호사에게 짜릿한 순간이 승소라면, 변리사에겐 특허 등록이죠. 제가 의견서를 열심히 썼을 때 등록이 된 거. 거절받아 굉장히 좌절스러웠을 때도 이리저리 논리를 탐구해서 등록이 됐을 때 쾌감이 상당해요.


해찬 : 다음 질문은 아쉽거나 답답한 순간에 대한 질문이거든요. 의견서가 거절당했을 때 그런 기분이 드신다고 생각해도 괜찮을까요?


승엽 : 그것도 아쉬운데, 더 안타까운 건 고객이 적극적이지 않을 때에요. 거절을 여러 번 받았을 때 또 시도해야 하나 고민하는 거죠. 결국 여기서 그만할게요, 해서 결국 등록을 못하는 그런 게 안타까워요.


해찬 : 저번에 수업하셨을 때, 일반인이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잘 몰라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잖아요. 저 같은 일반인이 그런 일을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승엽 : 개인적인 차원에서 노력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많은 기관에서 창업자들을 많이 지원해주지만, 사실 누구나 지원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식재산에 관심이 생겼을 때는 이미 안 좋은 일을 당했을 때에요. 그래서 이 교육을 학교에서 하는 수밖에 없는데,  학교 수업 시간표를 보면 특허를 가르칠 시간이 없죠.


해찬 : 마지막 질문이에요. 특허 업계가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계신 게 있으신가요?


승엽 : 아까 얘기했던 딜레마와 연결돼요. 고객이 오면, 두 가지 포인트에서 고객이 떠나고 안 떠나고가 결정이 되는데, 한 가지는 가격이고 한 가지는 등록 가능성이에요. 돈을 냈는데 특허 등록이 안 된다고 하는 사람한테 별로 맡기고 싶지 않을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특허 법률사무소들에서는 등록된다고 하고 싶겠죠. 사실 이런 지갑을 가지고 특허를 받는 건 거의 불가능한데, 등록이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이거 안 되니까 돌아가라고 하는 게 맞죠.


그런데 특허된다고 말하고서 특허의 품질과 무관하게 무조건 등록을 시키는 경우도 많이 생기더라는 거에요. 결국 먹고사는 문제로 귀결 된건데 그런 게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미국 변리사는 특허  건을 출원하면 천만  정도를 받아요.    호주에서 600 원을 받았고 미국은 최근에 인플레이션 때문에  정도   같은데 한국 변리사는 그보다 일을 훨씬  하면서도 우리는 150 원입니다, 우리는 120 원입니다 하면서 서로 가격 경쟁이 너무 심하다 보니까 전문가의 양심을 버린 선배들을 많이 봅니다.


내가 천만 원을 받을 수 있고 그에 따라 삶에 여유가 있으면 특허 등록이 안 될 건들이 왔을 때 솔직하게 안 된다고 하고 고객을 돌려보낼 수 있을 거 아니에요.


일시 : 2022년 8월 26일

장소 : 역삼 참치여행, 엔와이즈 특허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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