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킴해치 Aug 06. 2018

그림(판매)의 도덕성

작년에 조영남(가수)씨의 대작 사건이 꽤 이슈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도 제각각이라 어느 한쪽이 순수하게 옳다 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아직 진행중인 사건이니 말이죠. 


조영남씨나 일부 미술계에선 대작은 오래된 관행이다. 라고 항변합니다. 진중권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재밌는 사건이 터졌다.'사기죄'라는데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컨셉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이에게 맡기는게 일반화된 관행이다"며 조영남씨를 옹호하였습니다.


실행 부분을 다른이에게 맡길 수 있습니다. 

 ...만, 그러한 사실은 공개되었어야 합니다. 어느 부분에서 누구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이죠. 그리고 이번 경우에는 단순히 '도움'을 받았다고 하기에는 대작 작가의 참여도가 너무 높았습니다. 법원 판결문에서도 대작 작가를 '독립된 작가로 보아야 한다.'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실제로 대작 작가의 도움을 받고 난 이후에 미술계에서 '묘사, 원근 및 입체감등 매우 표현이 풍부해졌다.'라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작가의 화풍 자체가 달라진 것입니다. 

 그리고 진중권 교수의 멘션에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일반화된 관행이라고 하였으나 그것은 언급한 바와 같이 '팝아트와 개념미술에서' 입니다. 순수 회화에서 대작이 관행이라는 부분은 생소합니다. (보조는 있습니다.)

 나무아트의 김진하대표는 '대작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정까지 갈 문제는 아니다.'라고 하면서 '앤디워홀(왜 다들 앤디 워홀을...)과 같은 시도는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경우가 그렇냐라고 하면 그건 아니다.' 라고 하여 앤디 워홀의 팝 아트와 조영남의 작업 사이에 선을 그었습니다.

포장된 라이히슈타크(Wrapped Reichstag). 크리스토 & 장 클로드

위 작품은 1995년 독일의 국회의사당인 라이히슈타크를 은색 천으로 감싸고 파란 로프로 꽁꽁 싸맨 작품입니다. 대지미술가로 불리는 크리스토와 장클로드의 작품이죠. 

아무도 이러한 대규모 작업을 작가가 온전히 직접 했으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울의 석촌호수에 떠있던 거대 오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진교수의 말은 이러한 의미였을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회화는 애매합니다.

회화작품에서 대작은 절대 안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대작이란 개념이 결코 일반적이지 않으며 회화작품을 구입하는 구매자도 '다른 사람이 전체 또는 부분을 그린 그림'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술품은 공산품과 달리 순수한 기능과 형태로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언제, 무엇을 위해 + 심지어 어떤 감정으로 작업했느냐 까지도 가치(특히 가격)에 영향을 끼침니다. 

법원이 구매자를 기망하였다 하여 사기혐의를 적용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를의 노란 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