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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haedal Feb 25. 2021

Day 30 분리배출 신공, 아이스 팩 편

동 사무소 나눔 박스를 아시나요


온라인 주문과 택배 배송이 편리해져서 트래픽이 엄청나다.

더불어 엄청난 양의 종이박스/비닐포장, 비닐 테이프, 충전재 비닐, 속포장 비닐이 늘어나고 있다.


신선 식품의 경우 ,

작은 업체 포장은 대개 스티로폼+아이스팩,

대형 업체 포장은 고유의 보냉 가방/종이박스+아이스팩.


공통점은?

"아이스팩"




플라스틱 일기 초반에, 이들 대형 배송 업체의 신선식품 배송의 완벽에 가까운 너무나 훌륭한 신선도 유지 시스템에 놀라서, 수준 높은 한국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민원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를 하고, 신선식품 배송은 꼭 필요한 경우나 급한 경우 아니면 이용하지 않고, 대신 동네 마트와 (이상적으로는) 시장을 이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아이스팩은 잘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절대 음감처럼 절대 미각을 지닌 남편이 신선 식품 온라인 주문에 눈을 뜨고야 말았다.


안 그래도 맛있는 걸 좋아하는데 고도로 스마트해지는 마케팅으로 어디선가 슬며시 혹은 훅 들어오는 원산지 맛의 향연에 못 이긴 척 자리를 내어주게 된 것이다. 이를테면 통영 양념 굴무침, 여수 양념 굴무침, 고급진 편육, 고추냉이 문어초, 정성스레 담근 동치미 등...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남편의 뛰어난 미각 감각의 촉으로 잘 선택된 이들 음식들은 정말 하나같이 맛있었다.


한 번, 두 번 성공적인 결과에 고무되자 이 양반이 재미가 들려버렸다. 제철 음식 재료에 무지한 나와 달리 남편은 거의 모든 식재료에 대해 잘 알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음식에 크게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어떤 때는 먹는 게 귀찮기도 한, 하지만 앞에 먹을 게 있으면 매우 잘 먹는, 요리를 하면 할 때마다 맛이 다른, 그런 타입의 사람.


문제는 이들 너무나 맛있고 질 좋은 음식들이 남기는 긴 이산화탄소 발자국. 매우 맛있어 최근에 귀한 손님상에 내려고 두 번 주문했던 통영 양념 굴무침은 무려 통영, 한반도 최남단 통영에서부터 온 것이다.


또 문제는 스티로폼 상자와 아이스 팩.





요즘 대기업 물류기업에서는 종이+내부 비닐코팅+물로 만든 '친환경' 아이스팩을 사용한다. 마켓 컬리, 로켓 프레시 등이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이들 종이팩 아이스팩은, 녹으면 찢어서 물을 버리고 종이+내부 비닐코팅 포장은 복합재질인 악명 높은, 내가 싫어하는 OTHER 여서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


자영업 하시는 분들의 배송 포장 스티로폼+아이스팩의 경우 안에 특수 젤리가 들어있는 비닐팩이다. 이건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하긴 하다. 예전에는 한 두 개는 냉동실에 두고 언니에게 집에서 만든 뭔가를 보낼 때 재사용하기도 했고, 분리 배출일에 스티로폼 상자 내놓을 때 같이 한편에 내놓곤 했다.


그러다, 우리가 열심히 분리 배출해도 30%도 재활용이 제대로 안 된다는 리포트를 접하고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알아보았다. 자원순환 앱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이스팩 재활용에 관해 알아보니 각 지역별로 재활용 센터 같은 게 있었다. 관련 데이터 PDF 문서가 있어 다운로드해서 우리 동네는 영등포구이므로 해당 지역을 찾아보니 동사무소의 '나눔 박스'라는 공간에 두면 재활용이 된다고 했다.


결자해지. 묶은 사람이 풀자. 남편의 최근의 급부상한 즐거움의 원천으로 발생한 스티로폼과 아이스팩이니 남편이 처리하기로 했다. 그전에 어쩌지 곤란했던 모아두었던 아이스팩까지 얹어서 갖다 놓으라고 요청했다. 이후에 가보니 과연 이런 장소가 있었다. 동사무소 외부에 예쁘게 함이 설치되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었다.



남편은 음식을 제외하면, 이런 저런 물건에 관심과 애정이 많은 나와 달리 높은 경지의 미니멀리스트이다. 신발도 가진 건 총 네 켤레, 그마저도 집에서 신는 슬리퍼와 외출 시 신는 캐주얼 구두 두 켤레만 떨어질 때까지 보통 5년 이상을 신는다. 음식과 교통비, 책 구입에는 돈을 아끼지 않지만 그 외에의 물건에는 거의 지출을 하지 않는다. 사 오는 물건이 없다. 그로 인한 포장도 거의 없다. 집에서 같이 해 먹는 식사 외에는 음식도 대체로는 외식의 경우 식당에 '가서' 사 먹는다. 평소에 그러하기에, 비록 이산화탄소 발자국이 조금 길어져도, 제철 산지 음식 온라인 구매 정도의 호사는 한국의 평균 소비와 그로 인한 포장 오염의 정도에 비추어볼 때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포장이 많이 생기는 산지 소매 직거래는 줄이면 좋긴 하겠지만.)


분리배출/수거일에 그저 스티로폼에 붙은 송장과 투명 테이프 뜯어내어 종량제 봉투에 버리고, 대체로 깨끗한 상태인 스티로폼은 오염된 곳이 없는지 확인하고 혹 오염된 곳 있으면 씻어서 분리 배출하고, 아이스 팩은 이번에 실천해봤듯이 가까운 동사무소에 외출하면서 들러 나눔 박스에 넣어두고 오면 된다.









분무기, 핸드폰 거치대, 그릇, 모자, 쟁반, 연, 주방용품, 인형 등 다양한 생활 물건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스 팩에 관한 한, 나눔 박스로 인해, 그전에는 늘 어딘가 꺼림칙했었는데 부담을 꽤 덜었다. 어떤 가공을 거쳐야 하는 재활용의 전 단계인 재사용이니 더욱 좋다.


아름다운 가게 기증이나, 골목 곳곳에 있는 의류함도 좋지만, 나눔 박스는 GIVE만 이 아닌, GIVE & TAKE 양방향 인터렉티브 공유 시스템. 이 공유 문화가 깔끔하게 잘 유지되고 널리 확산되길. 참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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