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햇살이 드는 날_감자 샌드위치
때론 잘 차린 한 상보다 은은한 한 그릇이 더 필요한 저녁이 있다.
설명하기앤 애매하고 모른 척 넘기기엔 조금 오래 남는 감정들.
나는 자극 없는 식탁에서, 오늘의 마음을 기록한다.
가끔은 내가 한 가지 성질로만 설명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담백하게 굴다가도 어느 순간 예민해지고, 조용히 넘기려다가도 마음속에선 작은 파문이 오래 남는다.
무던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섬세하고, 단순하게 살고 싶은데 자꾸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오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의 나는 감자샌드위치 같았다.
담백하게 으깬 감자,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옥수수,
짭짤하게 존재감을 남기는 햄,
그리고 부드럽고 건강한 반숙 계란까지.
하나씩 놓고 보면 결이 다 다르다.
심심한 것도 있고, 또렷한 것도 있고, 말없이 받쳐주는 재료도 있고, 끝에 가서야 존재감이 느껴지는 맛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게 한데 섞이면 제법 잘 어울린다. 그날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자꾸 내 생각이 났다.
요즘의 나는 꽤 여러 가지 마음이 섞여 있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 쉬고 싶은 마음, 괜찮은 척하고 싶은 마음, 조금은 기대고 싶은 마음. 분명히 하나로 정리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꼭 엉망인 것도 아니었다. 서로 다른 결들이 부딪히며 어수선한 줄만 알았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것도 그 나름의 균형을 만들고 있었다.
감자는 그 안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앞에 나서지 않았다.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고, 다른 맛들이 너무 튀지 않게 받쳐줬다. 옥수수는 가끔씩 톡 하고 올라와서 리듬을 만들었고, 햄은 생각보다 분명하게 짠맛을 남겼다. 반숙 계란은 전체를 조금 더 부드럽고 둥글게 만들어줬다. 어느 하나만 많아져도 금방 균형이 깨질 것 같은데, 적당히 섞인 한 입은 생각보다 단정했다.
나도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안에 담백함도 있고, 예민함도 있고, 생각보다 단단한 면도, 쉽게 풀어지는 마음도 있다는 걸.
굳이 하나로 정리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조금 복잡해도, 서로 다른 면들이 한데 모여 결국 나다운 맛을 만드는 사람.
요즘의 난 하나로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꼭 엉망인 것도 아니었다.
여러 결이 뒤섞인 채로, 생각보다 괜찮은 균형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 날에는
이렇게 여러 맛이 함께 들어 있는 한 입이 더 잘 어울린다.
복잡한 나도 결국 나다운 균형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