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배경음악. Olafur Arnalds [Saman]
*들으며 읽으시면 더 좋아요.
나는 느리다.
학습도, 사고도, 무언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속도조차 한 템포 느리다.
그런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너무나 빠르다. 모든 것이 즉각적이다.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고, 손가락 몇 번으로 세상과 연결된다.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피드들은 나를 새로운 정보의 홍수 속으로 밀어 넣는다. 속도와 방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이 세상에서, 반걸음씩 느리게 걷는 내 방식은 더더욱 두드러진다.
매 순간 쏟아지는 정보는 끊임없이 내게 선택을 강요하고, 세상은 이미 정해진 답을 따라가는 게 더 안전하고 빠르다며 속삭이는 듯 하다. 그 속에서 나는 가끔 뒤처진다. 아니, 스스로 멈춘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정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방향을 결정한다. 그러나 정보는 때로 우리를 압도하고, 시선을 편향시킨다. 더 많은 지식의 갈림길에 서게 하거나, 더 적은 주제로 시야를 좁히거나.
우선, 알고리즘.
정보가 편중되면 우리의 시선도 편향된다. 개인화라 불리는 시스템은 나를 위한 콘텐츠를 추천해주지만, 그 편리함 속에서도 나는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든다. 내가 좋아할 것 같은 내용만 계속 보여주는 이 시스템은 결국 나를 어떤 틀에 가두고 있는 건 아닐까? 선택을 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선택받은 길을 따라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알고리즘이 제안하는 세계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주체적일까.
또 하나는 정보 과잉이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더 혼란스러워진다. 하나의 정보를 접할 때, 그것이 올바른 관점인지 판단하려면 또 다른 정보를 찾아야 한다.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많은 선택지를 갖고 싶은 욕심이 맞물려 나를 끊없는 갈림길 앞에 세운다.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면, 모든 선택지가 옳거나 그른 것처럼 느껴지며 무기력해질 수도 있다. 정보 과잉은 때로 피로감을 준다.
이런 상황은 나를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불편함은 스스로의 시선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자극이 된다.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고,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그 모든 중심에는 내가 있다. 선택과 판단은 결국 내가 해야 할 몫이다.
세상은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하다. 모든 것을 이해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는 각자의 속도와 시선으로 세상을 마주해야 한다.
주변의 소음 속에서도 나만의 길을 잃지 않는 것, 내가 선택한 정보와 시선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고유성을 유지하는 방법일 것이다.
느리지만 분명한 길.
나만의 소로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배경음식. 감자 그라탕과 바게트 한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