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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도 Feb 14. 2024

차분한 매력의 친구

끼리끼리, 좋은 사람

병가 9일 차


색다른 곳으로 걷고 싶었다.

걷기 운동을 하는데 매번 같은 곳을 걷기 지루했다.

친구와 만나 얘기하며 걸어보기로 한다.


처음에는 한 바퀴만 돌자고 했던 것이 두 바퀴, 세 바퀴가 되었다.

워낙 걸으면서 이런저런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라 할 얘기가 더 많았나 보다.


저녁 늦은 시간.

해도 다 지고 캄캄해진 시간.

친구와 같이 강 주변을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사진을 찍자고 한다.

바닥만 보고 걷느라 보지 못했던 야경이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


혼자 걸을 때는 몰랐던 풍경이 친구와 걸으니 눈에 들어온다.

덕분에 멋진 야경사진을 찍었다.

역시 어떤 친구와 길을 가느냐에 따라 내 길도 달라지는 것이 인생 같다.

이런 사소한 것에서 친구를 잘 사귀어야겠구나 생각한다.



이상한 소리에 주변을 둘러보다가 발견한 거위.

거위가 맞나?

내가 아는 거위와 부리가 좀 달랐지만 일단 거위라고 해본다.


오른쪽을 쳐다보는 순간 거위를 보고 엄청 놀라 (작게) 소리 질렀다.

'헐 저게 뭐야!!'라며 친구와 나는 깜짝 놀랐다가, 이내 '대박'이라며 웃어댔다.

러닝 하던 분도 '어머 저게 뭐야' 하며 눈이 동그래지며 지나간다.



초승달이 예쁘게 떴다.

마음이 왠지 차분해지는 날이다.

아마 오늘 만난 친구가 차분한 성격의 친구라 그런가 보다.



나는 '친구는 끼리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분명 비슷한 구석이 있기 때문에 관계가 유지된다.

그래서 내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내 주변에도 좋은 사람이 있었으면 한다.

욕심을 부리자면 좋은 사람 '만' 있었으면 한다.


나는 내가 배울 점이 있는 사람과 알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정확히는 내가 배우고 싶은 점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정말 가끔씩 만나는 이 친구도 계속 만나지는 이유가 있다.

두루뭉술하게 친구가 편하고 좋으니까로 얘기할 수도 있지만 이유를 생각해 봤다.


첫째, 차분하다.

앞서 말했듯이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는 친구이다.

차분하게 주변을 살핀다.

말도 차근차근, 나긋하게, 천천히 한다.

같은 내향형의 인간이지만 친구에 비하면 난 좀 방정맞다.

차분한 친구에 물들어 나도 같이 얌전해진다.


둘째, 경청을 잘해준다.

말하는 사람을 너무 편안하게 해 준다.

잘 들어주면서 적절하게 반응해 준다.

크지 않은 리액션이지만 편안하게 들어준다.

정말 선생님 같은 친구다.



항상 수다를 떨고 나면

'오늘 내가 너무 많이 말한 것 같아.'

'괜히 내 얘기만 한 것 같네. 좀 들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엔 꼭 많이 듣는 연습을 해야겠다.


내 곁에 이런 친구가 있어서 오늘도 즐거웠다.

앞으로 좋은 사람들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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