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돌로도 돌아오고 말겠다는
안녕하세요, 청명한 가을입니다! 가을에는 해일막걸리가 태어났어요. 올해로 신림동 매장이 개업한 지 두 돌이라, 지난 9월 중순에는 재밌는 콘텐츠로 꽉꽉 채운 두 돌잔치를 준비했습니다. 브런치에도 기쁜 소식을 알리려고 글을 쓰려다가, 새까맣게 잊어버렸는지 임시저장만 해둔 걸 이제야 발견했네요. 저런...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 후기를 전해봅니다. 사실 해막의 첫 돌은 하필 그 시기에 일이 너무 많아 뭘 기획할 시간이 없어서 아무 축하도 하지 않고 흘려보냈습니다. 개업 때 선물 받은 인삼주를 개봉하여 친구와 조촐히 나눠 마셨죠. (인삼주 제조일자도 딱 23년 9월 15일이라 너무 신기했어요!) 그래서 두 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챙기리라! 다짐하고 한 주를 꽉 채운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그동안 활용하지 못하고 있던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꾸미고, 두 돌을 알렸죠. 준비한 프로그램은 축하의 블루베리 막걸리 만들기, 수상한 돌잡이와 타로 카드, 월간해막 케꾸편, 마음 담은 책 꾸미기 워크샵이었어요. 우선 막걸리 공방인 만큼 특별한 막걸리를 함께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요. 어떤 부재료를 넣을까 고민하다가 블루베리가 상징하는 게 성장, 희망, 새 출발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딱 두 돌을 기념하기 좋은 뜻이었죠. 그래서 블루베리를 듬뿍 넣고, 매장에서 키운 허브와 같이 막걸리를 빚어 보았습니다.
축하주를 한 잔 마시고, 모인 분들과 함께 막걸리를 만들었어요. 인사하고, 설명하고, 실습까지 하다 보니 1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제대로 사진도 남기지 못했네요. 아쉬워라! 평소 해일막걸리를 궁금해하시던 분, 또 해일막걸리를 응원해 주시던 분들이 한 자리에 모이셔서 행복한 저녁이었습니다. 워크샵이 끝나고 함께 야식을 드시러 가시던데, 재밌는 저녁 시간을 보내셨을까요? 훈훈한 동네 모임 마무리에 제 마음도 따뜻해졌습니다. 블루베리 막걸리도 지금쯤 채주하고 맛있게 드셨겠죠?
지난 행사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타로 카드도 랜덤 칵테일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돌잡이 파일을 준비해서, 선택한 물건에 따라 랜덤 재료로 칵테일을 만들어 드렸어요. 사실 홍보를 열심히 했지만, 모객이 원활히 되지는 않아서 저와 제 지인이 대신 타로 카드 점을 실컷 보았습니다. 하하. 만약 내년에도 하게 된다면 꼭 놀러 와 주세요. 너무 재밌거든요! 타로의 인기 주제는 아무래도 연애, 취업(학원), 직장(이직 등)이지만 그 외의 질문도 자유롭게 여쭤볼 수 있었고, 이번에는 타로 마스터님이 특수 덱도 많이 가져오셔서 여러 가지 카드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월간해막도 이번에는 개최하지 못했지만, 조만간 또 돌아올 테니까요! (미래 안주 후보 중 하나는 비빔밥입니다...!) 그때 꼭 해막의 수제 막걸리를 무제한으로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대망의 마지막 행사는 바로 책 꾸미기 워크샵! 원하는 문장과 그림을 쏙쏙 골라 책의 한 면을 꾸며보는 활동이었는데, 정말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더라고요. 부지런히 눈과 손을 움직였는데도 결국 한 모퉁이는 다 꾸미지 못한 채로 종료되었어요! 강사님이 만화책부터 잡지, 소설과 에세이, 귀여운 스티커까지 한가득 가져오셔서 구경하는 데만도 한참 걸렸습니다.
마음을 담는다는 주제에 맞게, 본인에게 전하는 말을 쓰신 분도 계셨고 같이 오신 일행을 위한 편지를 쓰신 분도 계셨어요. 볼펜 하나로 내내 크로키를 그리신 분까지! 개성 강한 멋진 분들과 함께해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직도 묵사발 레시피를 담아 가신 게 기억에 남네요. 제가 꾸민 책은 해일막걸리 매장에 전시해 두었으니, 오실 때 한 번 구경해 보세요. 남겨둔 모퉁이는 여러분들을 만나며 또 차차 채워나갈 예정입니다.
행사에 참여하시진 못했지만 축하의 인사를 건네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전해주신 마음에 더불어 케이크와 간식 등도 너무 잘 먹었습니다! 일하느라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날이 많은데, 일용할 양식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번 행사의 수치적 성과를 재자면 그리 성공한 편은 아닙니다. 나름 대대적으로 광고도 하고, 넌지시 대면 영업도 해보았지만 빈자리가 많았으니까요. 콘텐츠의 매력도나 광고 채널과 타깃팅, 행사 일정 등등 회고할 거리는 많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돈을 많이 벌거나 무언가를 얻으려고 기획한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도 보고, 해일막걸리를 아껴주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의의는 충족한 것 같습니다. 모쪼록 즐거웠으면 장땡이다!
그럼 홈페이지에 적어 놓은 마무리와 같이, 해일막걸리 세 번째 돌에도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