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건강합시다

어쩜 몸도 위기, 마음도 위기

by 해일막걸리

강해지고 싶습니다. 아마 태어날 때부터 제 몸과 마음의 체력은 변변찮은 편이었는데요, 사실 크게 불만은 없었습니다. 딱히 튼튼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늘고 길게 은근히 살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크게 병치레를 하거나 아픈 적도 일 년에 한 번 정도 될까 말까 했던 것 같아요. 다만 늘 매가리가 없을 뿐. 하지만 요즘은 특히 건강해지고 싶습니다. 건강이 최고다!


몸의 건강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상상을 순진하게 한 덕택에, 저는 막걸리 양조가 이렇게 힘이 드는 일일 줄은 몰랐답니다. 제 근력이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쌀도 조금 더 비싸지만 10kg 용량으로 주문하고, 양조장을 설계할 때도 일부러 작은 발효통을 선택했는데요. 10kg짜리 쌀 포대야 드는 데 별 문제가 없었지만, 꽉 채운 발효통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웠습니다. 교반을 하려면 술덧이 들어 있는 통을 선반에서 매일 뺐다가 다시 집어넣어야 하는데, 통 손잡이를 팔에 걸치는 자리 그대로 멍이 들더라고요. 첫 배치 때는 깨나 고생을 했죠. 얼룩덜룩한 영예의 팔뚝을 가져본 후에는 차라리 사용하는 통 개수를 늘리고 각자의 무게를 줄이는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설거지거리도 늘고 더 번거롭게 됐지만 훨씬 나아졌어요.


하지만 냉장 숙성 단계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관악 시리즈 막걸리는 숙성을 위해 제성 후 냉장고로 옮겨야 하는데, 한 통에 약 25L가 들어갑니다. 술 무게에 부재료, 거기다 스테인리스 통까지 합하면 25kg를 훌쩍 넘는데요, 너무 무거워요! 심지어 하필이면 냉장고가 투 도어 제품이라, 중간에 있는 턱을 넘겨서 술을 집어넣어야 합니다. 허리 전체에 힘을 주고 발효통을 안듯이 들어서, 최대한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넣거나 꺼낼 수 있답니다. 몇 번을 해도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무게에 방심하면 허리디스크가 터지고 말 것이다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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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키도 작은 편인데, 미관상 아쉽긴 했지만 엄청나게 아깝진 않았어요. 사는 데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서요. 뭐, 손이 안 닿으면 의자라도 밟고 올라가면 되죠. 다만 이렇게 생산 업무를 하다 보니 정말 키 10cm만 더 컸으면 좋았을 텐데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내가! 키만 조금 더 컸어도! 이 발효통을 들 때 덜 힘들 텐데! 저 위에 죽은 공간 없이 더 효율적인 배치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의자에 매번 오르락내리락하지 않아도 되고! 작업대에서 교반 할 때도 팔이 덜 아플 텐데!


성장이야 이미 끝났고, 운동이라도 해서 근육을 늘리고 싶었는데요. 사실 성인이 되고 발레며 요가며 필라테스, 러닝까지 꾸준히 운동을 해왔지만 체력은 제자리인 것 같아요. 불규칙한 생활 습관 탓일지도 모르겠어요. 얼마 전부터는 그렇게 먹기 귀찮아하던 영양제를 챙겨 먹고 있습니다. 마그네슘이랑 비타민 등 이것저것 든 영양제인데, 뭔가 억지로 일으켜지는 느낌이긴 하지만 힘이 나긴 하더라고요. 서류 작업이 많을 때는 커피로 카페인 보충을 합니다. 그날 밤은 영 못 자는 부작용이 있지만 계속 찾게 되네요. 흑흑.


KakaoTalk_20250715_151624881.jpg 전완근을 타고난 줄 알았더니 패션 근육으로 밝혀져...


몸이야 이렇다치고, 정신 건강은 어떻게 챙겨야 할까요? 활력이 없어진 지 꽤 되었거든요. 막걸리를 출시하고 주 6일 매장을 열면서 여유가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매장을 여는 고정 시간은 4시간이지만, 체험이 있거나 생산 일정이 있으면 하루를 꽉 채워서 일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매주 화요일을 휴무로 정해놓았어도 지금까지 제대로 쉬어 본 날이 고작 하루이틀 정도인 것 같아요. 할 일이 많이 밀려 있어서 집에서 업무를 보거나 아예 매장에 출근해 있거든요. 개인 일정이 있어도 하루 끝엔 어김없이 일하러 돌아오곤 합니다.


정기적인 일정을 가지게 된 지 3개월 만에 풀썩 지쳐버린 게 멋쩍긴 합니다. 제가 타고난 배터리가 남들보다 작기 때문이라더군요. 창업 초기에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찾는 것보다 '워크 이즈 라이프'인 게 오히려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배터리로 만 3년을 달려온 지금은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저처럼 나약한 사람은 너무 쉬지 않아도 문제가 생긴다!


다정은 체력에서 나온다고 하던데, 그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회복 시간 없이 계속 일만 하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 예민한 반응이 튀어나옵니다. 사소한 표현에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재고를 하지 못하고 무례한 대답을 하게 될 때가 잦아졌어요. 곧바로 후회하곤 하지만 글쎄, 이미 떠난 상대방은 제 후회를 알 수 없겠죠. 큰일입니다.


그래서 사실 다음 달에는 3일 정도 업무를 놓고 쉬어볼까 합니다. 매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 콕 틀어박혀서 마냥 널브러져 있겠습니다. 충전의 시간을 갖고 나면 즐겁게 일하던 예전으로 조금은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곧 저처럼 여름휴가를 떠나시는 분들이 계시겠죠. 여러분도 혹시 저처럼 힘들어하고 계시다면, 휴가를 맞아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길 바라요. 그리고 건강하게 다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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