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생계가 될까
오랜만이에요! 요즘 뜸했다고 말하기에는 그 뜸이 너무 길어서 민망할 정도네요. 인사를 드리진 못했지만, 아마 여러분처럼 저도 그동안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노동에 대한 보답일까요, 지난달에는 기쁜 성과가 있었습니다. 신림동 매장을 내면서 세웠던 목표 매출을 처음으로 달성했거든요. 약 1년 9개월이 걸렸습니다.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소박해 보이는 숫자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정말 뜻깊은 숫자랍니다.
직업은 먹고살 돈을 번다는 의미에서 취미와 다르다고 하죠. 저는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롭게 창업을 했지만, 사실 지금까지 번 돈은 딱히 없습니다. 오히려 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벌인 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어디 가서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밝히는 걸 민망해 해왔는지도 몰라요. 제 월급으로 가져갈 몫이 없어서 여태 무보수 대표자로 일을 하고 있고, 생활은 이전에 모아두었던 돈을 야금야금 사용하며 버텼습니다. 정부나 민간에서 주는 소액의 지원금으로 도움도 받고요. 그런데 드디어 해일막걸리로 월급을 받을 희망을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네요.
처음 막걸리를 빚어 팔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소위 대박이 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장 규모도 너무 작고, 상대적으로 소비기한이 짧은 생주이기 때문에 유통의 한계도 분명했고요. 세심하게 보관하지 않으면 쉽게 맛도 달라지니 QC나 CS 모두 까다롭죠.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형 양조장의 막걸리 사이에 끼어들 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기에 제품 원가는 훨씬 높고, 소비자가도 함께 높아질 거니까요. 무엇보다 내가 만든 막걸리가 대중의 취향에 맞을 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많은 양조장들처럼 도소매 판매로 살아남기는 요원해 보였고, 대신 체험 프로그램 콘텐츠를 같이 판매하면서 소소하게 살아남을 길을 모색했죠.
결국 완성한 비즈니스 모델은 체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소량 생산한 막걸리를 기념품처럼 판매하는 거였어요. 다만 제조 면허를 받아 놓고도 실제 생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바람에 거의 1년 반 동안은 오직 체험 프로그램 매출만 발생했습니다. 가끔 컨설팅을 받을 때 매출을 말씀드리면, 대부분 엄청난 걱정을 하셨죠. (아닐 수도 있지만 애정 어린 걱정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흐흐.) 자영업은 회사 다닐 때 월급의 두 배는 가져가야 한다는 말도 들었고, 이 정도 매출이면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더 많이 벌거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매출액이 지금 내는 월세의 10배는 되어야 지속가능하다는 말도 들었는데요, 사실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계속 이렇게 살 건데, 매출의 크기는 이미 제 손을 떠난 부분이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원금 회수니 이번 달 이익이니 계산하며 사는 게 복잡했습니다. 제대로 된 경영은 일 매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며 이어나가야 하는 걸 알지만, 거기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고 할까요. 제 성격상 오늘 매출을 계속 확인하면서 전전긍긍할 것 같아서요. 속 편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정말 속 편하게 살고 싶었어요. 다행히 저는 부양해야 하는 가정도 없고, 원체 지출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딱히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고 운에 기대며 사업을 이어왔습니다. 막걸리 출시를 앞두고 가격을 결정해야 할 때도 비슷했어요. 유리병과 유기농 멥쌀 등 원자재 비용도 엄청 높고, 가수 비율도 낮아서 재료도 많이 들어가고, 혼자 생산하다 보니 박리다매로 팔 수도 없었는데요. 이런 걸 다 따지자니 막걸리 한 병에 8천 원 넘게 팔아야 하더라고요. 충분한 이익을 남기는 게 맞긴 하지만, 그냥 제가 적게 가져가도 더 많은 분들께 가격 부담을 덜어 드리고 싶었어요. 친환경 제품을 사고 싶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였던 개인적인 경험도 떠올랐고요. 광고비나 제 인건비는 원가 계산에서 빼버리고, 얼추 끌리는 숫자로 소비자가를 정해버렸습니다. 이 정도면 살만한 가격이지! 뭐 몇 백 원은 남겠지! 경영 전문가 분들께 호되게 혼날 법한 방식이라 따라 하지는 마세요. 하하.
이렇게 제멋대로 해일막걸리를 꾸려왔지만,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셔서 목표했던 매출을 내게 되었습니다. 개업 때만 해도 1년은 월세만 벌자고 생각했는데, 정말 매달 월세는 벌었고요. 다음엔 100만 원, 그다음엔 200만 원을 넘겨보자 바라게 되었을 때도 결국 이루게 되었습니다. 막걸리를 함께 판매하면 월 매출이 이 정도는 늘겠다고 혼자 가늠했는데, 딱 그 정도 추가 매출도 생겼어요.
매출이란 건 순이익과 매우 다르지만, 그래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지표 같아서 기분은 좋습니다. 조만간은 이익 계산도 다시 하고, 대표자 가수금도 갚고, 드디어 적게나마 제 월급도 책정해야겠죠. 물론 자영업이라는 것이 달마다 매출이 크게 달라지기에 안주하기는 이를 거예요. 대출금 상환도 앞두고 있고, 원재료 값도 나날이 오르고 있으니까요. (찹쌀 가격이 작년 대비 2배나 오르다!) 그래도 일단은 마음껏 기뻐해보고, 언제나처럼 당장 열심히 일하려 합니다. 우리 장한 해일막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