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좋은 막걸리 빚으러 왔습니다

막걸리 만들기 출강 이야기

by 해일막걸리

이번 글은 쓸까 말까, 고민했던 이야기입니다. 해일막걸리의 해일로서 출강을 다니는 이야기거든요. 제가 정식 선생님도 아닌데 '강의'를 한다는 사실이 어색하기도 하고, 해일막걸리 보다 저 개인에게 좀 더 맞춰진 일 같아 적기를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제가 출강을 갈 수 있었던 건 모두 해일막걸리 덕분이더라고요. 그렇다면 적어볼 만한 이야기겠구나! 싶어 냉큼 써 봅니다.


외부 공간을 대여해서 진행하는 체험 말고, 공식적인 첫 출강은 2024년 관악구 강감찬 도시농업 센터의 도시농업 콘텐츠였습니다. 관악구에서는 연초에 도시농업 콘텐츠를 공개 모집하는데, 당시 손님이 많이 없던 저는 뭐라도 더 해 보고자 강의 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했죠. 난생처음 적는 강의 계획서에, 이력서의 경력 부분은 깨끗하게 텅 비어 있는 엉성한 지원서였어요. 게다가 이미 기존 전통주 강의가 몇 년째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어서 합격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운 좋게 강사로 선발되어 강의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마 전통주 강의 수요가 많아서 추가로 뽑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봄부터 겨울까지, 한 달에 한두 번씩 센터의 체험실에서 회차별 약 12분을 모시고 다양한 술을 빚었습니다. 기본적인 쌀 막걸리부터 청감주도 빚고, 허브 막걸리, 과일 막걸리, 유자 과하주까지! 강의를 준비하며 새로 레시피도 개발하고 자료도 만들며 스스로 성장하는 게 느껴지던 시간이었습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연이어 참석해 주시는 반가운 얼굴들도 늘어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었죠. 올해에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제가 서류 마감 일정을 놓치는 바람에 아쉽게도 강의를 맡지는 못했어요. 시간이 되면 내년에는 다시 한번 공모 기간을 잘 챙기는 것으로!


도시농업 콘텐츠 출강을 마무리한 후, 금년도에는 따로 출강을 나갈 일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인연이 닿아서, 가끔 섭외를 받곤 합니다. 이웃 동네인 영등포구에 가기도 하고, 몇 달 전에는 판교까지 다녀오기도 했네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이번 달에도 고양시와 영등포구 출강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01252.png 베리 막걸리 출강을 준비하며


사실 준비를 꼼꼼히 한다고 해도 매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이 물품 하나라도 더 챙겨 올걸! 하는 후회도 있고, 난 왜 아직도 말을 더듬지! 하는 자괴감도 있죠. 여전히 강의 시작 전에 벌벌 떨리는 것도 아주 마음에 안 들어요! 한 번의 강의만 들어도 집에서 가양주를 빚으실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와 자신감을 전달하는 게 제 목표인데 잘 이뤄졌나 의심도 듭니다. 또, 정보 전달을 쏟아 내는 일방향 강의 보다 직접 실습하는 부분이 훨씬 재밌는 걸 아는데도 아직 비율을 잘 맞추지 못한 교안인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해요. 강의 환경에 따라 현장에서 느껴지는 매끄러움이나 만족도도 차이가 나서, 가끔씩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제 목소리가 잘 안들리거나 시설이 열악한 경우에는 더 아쉬움이 짙어 지곤 합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완벽하지 않아야 더 발전할 수 있는 지점이 있는 법이니까요. 수강생 분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끼고 나면 술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조사해 PPT에 집어넣고, 강의가 너무 일찍 끝나는 것 같으면 현장에서 직접 고두밥을 쪄 보기도 하고, 사전 준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싶으면 미리 보울에 재료를 몽땅 담아 두는 식으로 포장을 바꿔 보기도 하면서 점차 저만의 강의를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어제의 강의 보다 오늘의 강의가, 그리고 오늘 보다는 내일의 강의가 확실히 더 유익할 예정입니다. 해일막걸리가 너무 멀어서 오기 힘드셨던 분들, 걱정 마세요. 제가 찾아갑니다! 체험과 커리큘럼은 다르지만, 그래도 맛있는 막걸리 한 통을 빚어 가실 수 있도록 시간을 꽉꽉 채워 볼게요. 좋은 날, 좋은 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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