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마흔 둘,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

아주 우연한 계기

by 해자
특별한 문제는 없는데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너무 힘들어요.


첫 번째 병원에서 내가 한 말이었다.

설문지 결과는 ADHD 경향이 뚜렷하다고 나왔지만, CAT 검사에서는 정상 소견이었고, 뇌파 검사에서는 스트레스 수치가 높게 나왔다.

의사는 'ADHD가 아닌 스트레스로 인한 지능저하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과 함께 IQ테스트를 권했다.

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약 처방은 받을 수 없었다.

당황스러웠다. 크게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었고, 힘든 상황도 없었다. 오히려 조용하고 잔잔한 일상이었다. '스트레스 때문이라니. 정말로?'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 길로 돌아와 CAT 검사가 정상이더라도 ADHD진단이 내려질 수 있는지 검색해 보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런 진단을 내린 병원을 찾아내었다.


그렇게 두 번째 병원을 았다.

번에는 설문 결과도, 상담 중 보인 행동도 모두 중증의 ADHD라고 했다.사는 고지능 ADHD라면 CAT검사에서 정상 소견이 나올 수 있고 덧붙였다.

그간 고생 많았다며 약처방을 말하는 의사 말에 또다시 의구심이 들었다.

'고작 이렇게 ADHD를 판단한다고?'

나는 이전 검사가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이 필요하니 다시 CAT검사를 받겠노라 말했고, 검사 결과도 이전과는 달리 ADHD라는 소견을 받았으나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저번 검사가 문제 있다 생각했는데 별다르지 않네.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닐까?'

'고작 이런 검사만으로 확신할 수 있는 걸까?'


지금 와 생각해 보면 나는 내가 ADHD라는 것도, 그렇다고 아니라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혼란스러운 상태였던 것 같다.

결국 나는 종합심리검사, 이른바 풀배터리 검사까지 받겠다고 우겼고, 의사는 해볼 필요도 없이 ADHD가 맞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더는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여를 보내고 결과지를 받았다.

어떠한 공존질환도 없이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라는 진단명만이 또렷이 적혀있었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마음이었지만 그렇게 나는 '일단은' ADHD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ADHD로 치료를 이어나가는 지금은 무엇이 문제인지 하나씩 인지해나가고 있지만, 그땐 도통 문제를 알 수가 없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최대한 생활을 간소화해도, 영양제도 밥도 잘 먹고 운동을 해도, 내 몸은 너무 빨리 지쳤고 피곤했다.

남편은 내게 맨날 꾀병 부린다며 게으르다고 비난했고 집안꼴을 두고 전쟁이었다.


사람들과는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고 잦은 말실수로 인해 상대에게 상처를 줬으며 그렇게 단절되며 나 또한 상처받는 일이 반복됐다.

누구와도 깊게 사귀질 못했고 친구라 부를만한 이가 없었다.


일적인 면에서도 어찌어찌해 나갔으나 끝맺음이 안 됐고 약속기한을 잘 지키지도 못했다.

늘어져있다 급히 마무리해서 처리하기에 급급했다.


자조능력도 떨어져서 약속을 나서며 양치를 빼먹고, 양말을 안 신고 나서는 등의 실수가 잦았고, 남편이 지적하면 그제야 '아, 맞다!'를 연발했다.

알람이니 다이어리니 체크리스트니 다 동원해도 잘 해결되지 않았다.


나의 육아는 발랄했으나 엉망진창이었다.

남편은 자주 깜빡하는 내가 행여 아이를 다치게 할까, 두고 올까 전전긍긍하며 나의 일과를 감시했다.


지금에서야 이렇게 정돈된 글로 써나갈 수 있지만 그땐 뭐가 힘들고 어려운지 스스로 알기가 어려웠고, 표현은 더욱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뜨문뜨문 말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냥 남들처럼 대학 다니고 직장 다니고 결혼하고 아이 키우는 흔한 길을 무난하게 걸어와서일까, 가 힘들다고 말하면 돌아오는 답은 늘 같았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




그냥 나는 이모양인가보다 하고 살던 어느 날 우연히 육아를 상담했던 지인에게 어쩌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ADHD랑 비슷하네요."라는 인생을 뒤바꿀 한마디를 들었다.


'ADHD'라는 건 그저 정신병의 일종으로만 알던 내게 '그럼 내가 정신병자라고!?' 하는 충격이 오긴 했지만, 한편으론 답 없는 문제를 풀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랐던 나는 그저 이 키워드 하나 들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