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독신 여성의 다이어리
어느덧 내 나이 38.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도 내 삶에 희미했던 ‘독신’이 확신으로 변하기 시작해서였다.
친한 동생, 언니들의 결혼식을 수없이 오가면서도 나는 오히려 그 확신이 더욱 굳건해져 갔다.
하나의 반항심리 같은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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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과 비혼의 사이에서
그렇다고 내가 처음부터 비혼을 꿈꿔왔던 건 아니다. 중학생때부터 늦게 결혼할 거 같다고 생각해본 적은 있다. 38살이 된 지금도 결혼에 대한 갈망보다는 내 집, 자가에서 안정적인 솔로 라이프를 즐기고 싶다는 게 현재의 심정이다.
‘독신 생활이 사실상 비혼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비혼 오픈채팅방이나 딩크/비혼족이 모인 네이버 카페 등등 커뮤니티에 가입해 보기도 했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비혼은 천년의 이상형이 나타나도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고 독신은 결혼여부가 있는 미혼 상태인 게 확실한 거 같다.
커뮤니티를 통해서 알게 된 비혼 언니들을 만나보았는데, 나는 그들에 비해 결혼을 하지 않겠다라는 확고한 결심이 그리 강하진 않았다는 걸 알게 되고 겸손해진 상태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있으면 좋고, 없으면 뭐…어쩔 수 없고.’ 이런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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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비빔밥같은 독신의 생활
혼자인 것이 좋은 게 아직은 많은 나잇대긴 하다.
일단 몸이 정정하다(?). 그리고 신경쓸 자식도 없고 내 속을 썩일 남편도 없다. 꾸준히 연락해야 하는 시부모도 없다. 일을 그만둬도 내 미래만 생각하면 된다. 사실 현재로써는 마지막 부분이 제일 크다.
물론 좋은 날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잘 지내다가 34살 즈음에 내 정신 속에 급격한 물살이 들어온 적은 있었다. 아마 전전남친이랑 헤어진 후로 추정된다. 그 전에는 어찌저찌 외로움을 견딜만 했는데, 34살의 외로움은 가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외로움으로 뒤덮였고 그 외로움을 주체할 수 없어서 혼자서 꺼억꺼억 울다가 토할 정도였다. 잘려고 누우면 숨을 못 쉴 정도로 매우 힘들었다.
우울증 초기라는 진단을 받고 좋은 의사선생님을 만나서 다행히 지금은 외로움과 다시 많이 친해졌고, 오히려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편안해하고 있다.
그때 당시의 나는 어쩌면 진정한 외로움을 맞이하게 되면서, 어쩔 줄 몰라 했던 거 같다.
이전의 외로움은 지나가는 갈매기 같았다면 그때의 외로움은 좀더 여자로써의 결혼과 맞물린 무거운 추를 달은 그런 외로움이었다. 34살에는 그런 내 정체성과 자아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사춘기마냥 살았던 거 같다.
독신의 외로움이란 게 아무래도 노멀(normal)한 인간의 기준에서 하나하나씩 포기해가는 과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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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이 삶을 사랑한다.
앞으로도 또다른 차원의 외로움이 오겠지만, 나는 아직 내 삶을 사랑하고 있다. 요즘은 유명한 최화정님부터 잘 살고 계시는 독신 유튜버분들을 보면서 마음 속의 풍요를 찾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속의 변수는 생길 것임에 변치 않을 것이지만, 그 속에서도 잔잔한 재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상황이다.
이 글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내가 조금만 움직이면 얻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기 때문이기에.
0화로 거창하게 시작한(?) 독신스토리는 이렇게 막을 올려본다. 철이 하나도 안든 이 천방지축 독거스토리를 좋게 봐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