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독신 여성의 다이어리
다음 글이 다소 늦었다.
이유는 전남자친구와의 이별이다. 여기서 작가로 등록되어 어떤 글을 쓸지 설레었던 마음은 얼마 안되어 자연스럽게 이별로 미루게 되었다.
혼자 사는 30대 후반의 독신은 사랑이 더더욱 세월보다 빠르게 흐른다. 나는 본래 태어나기를, 독립 타입이 아닌 누군가에게 사랑에 잘 빠지는 타입이라 누군가와 만나게 되면 꽤나 헌신하는 타입이다. 그가 당장 베풀어주는 사랑과 호의는 홀로 살아가는 독신에게 달콤하고 따뜻함 그 자체였다. 그래서 나는 상대방의 사랑을 허겁지겁 먹기 바빴다.
그래서였을까. 그렇게 먹다보니 체했던 걸까.
나는 이별을 겪고 꽤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이별을 고했던 헤어짐은 뒤돌아보니 후회로 바뀌었고, 한동안 그리움에 사무쳐 방에서 홀로 울기도 했었다. 그렇다. 나는 연애에 쉽게 빠져들지만 이별할 때는 어렵게 잊는 타입이었다.
그래서 가끔은 이럴 때 '가족'이라는 매개체가 참 중요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그걸 딱 느꼈을 때가 언제였냐면, 몇달 전 내가 상사와 크게 싸울 일이 있었다. 서로가 사소한 일로 인해 이해못해서 생긴 일이었다. 아무래도 인간인지라 그날로 인해 삭힌 마음을 집에 가서 풀어야 하는데, 보통 같으면 자기 편인 '가족'은 이 일에 대해 훌륭한 서포터즈가 되어준다.
혼자서 끙끙 앓는 일을 가족이 n분의 일을 해줌으로써 무조건적인 그의 편이 되어준다는 것. 가족의 힘은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화목한 가족을 기준으로 말한 것이다.)
그에 비해 나는 친구나 지인에게 말한다 한들 딱히 달라질 게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내 고민을 들어주어도 뒤돌아서면 그들의 일상에 딱히 중요한 부분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앵간히 중요한 문제가(이별, 사별 등등) 아니면 혼자서 분이나 감정을 삭혔다. 오픈채팅방에 말한다 한들 잠시나마 풀어주는 용도이지 어차피 내가 혼자서 이런 삭힌 감정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내 몫이다. 그래서 가족보다 혼자 감정을 정리하는 일은 꽤나 힘든 일이다. 특히 나이가 더 들수록.
아무튼 요 며칠, 주변 친구들에게 이별에 대해서 말해보았지만 나의 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의 말은 오히려 나를 더욱 고독하게 만들어주었다.
설령 내가 쓰레기 같은 사랑을 했든, 그냥 사랑한 나를 잘 추스려 줬으면 좋겠는데, 친구들은 내 편을 들다 못해 상대방의 욕까지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의 말 사이사이에서 나와 그가 했던 사랑들은 비난속에서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물론 빠르게 잊으라는 그런 얘기겠지만, 이상하게 정작 상처받는 건 나였다.
다친 마음 속에서 도저히 갈 데가 없어서 심리상담까지 손을 뻗게 되었다. 나에겐 마지막 동앗줄과도 같았다. "여보세요?"라는 말과 함께 추운 바깥에서 롱패딩을 입은 채 그녀와 50분동안 통화했다.
뭐랄까, 일방적으로 그를 욕하던 얘기보다는 상황과 감정과 중립을 유지한 채 나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게 뭔가 마음에 놓였다.
마음이 놓이다 못해,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나는 다시 펑펑 울었다. 나와 그를 비난하지 않고, 한때 나눴던 사랑에 대해 따스히 받아주는 그 점이 좋았다.
후련해졌다. 이 마음을 그대로 이어가서 퇴근길에 일부러 초밥도 먹고, 네일도 받고 가방도 사고 머리도 자르는 등 그런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참 사람의 마음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왜 이별은 대체 어떤 힘을 지녔길래 사람이 이렇게까지 번거롭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심리상담도 그렇고 네일도, 가방도 말이다. 혼자 살아서 그런걸까.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든다. 독신이라서 어쩌면 이렇게 번거롭게 하면서 잊으려고 하는 걸지도.
물론 다 나아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힘겹게, 아주 힘겹게 기약없이 나아지리라는 마음만 되새기면서 그렇게 보내고 있다. 내가 다음에 돌아올 때는 마음이 많이 괜찮아진 상태에서 글을 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