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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캄캄 Feb 27. 2022

일의 능률 향상을 위한 파격적인 보상?

PO 일기

조직개편 이후 구성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과연 성과 보상 체계도 개편이 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타 회사에 비해서 정보공개도 투명하고, 성과에 대한 보상도 어느 정도 보장되어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보상은 매니저들 위주로 이루어지는 것 아니냐.'는 식의 논의도 나오는 것 같고, 확실히 성과 위주의 보상 시스템은 아직 성과를 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뭔가... 뭐랄까.. 힘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IT 디자이너나 개발자와 같은 직무의 경우 영업과는 달리 더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혹시나 싶어 성과를 낸 집단에게 물어봐도 뭐 그리 크게 좋아하는 모습을 안 보여서 그럴 수도 있고..  성과 보상 체계를 나열하면 좀 재미없어질 것 같고, 그래서 회사가 우리에게 뭘 줄까? 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재밌으니까 그 방향에서 좀 더 생각해보자.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봤을 때 '파격적인 보상'은 그야말로 가성비가 너무 안 나온다. 그건 구성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저 단어를 입에 담아봤자 기대를 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무엇을 주든 실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일이야. 진짜 별로다. 심지어 저 보상이 일시불로 들어오는 현금 같은 것이라면 그 기쁨은 사실 일주일도 가기 어렵다는 것이 나와 내 주변인의 담론이다. - 아마 저런 파격적인 보상을 받을 만한 이들은 이미 월급이 자신의 생활비 수준을 상회하는 사람들일 것이고..- 물론 막 엄청 큰돈이면 말이 다르지만... ㅎ


어찌 되었든, 어떤 걸 주면 만족할래?라는 질문에 이때까지 들은 답변들을 정리해보자면.

1) 집

2) (높은 수준의) 월세 지원

3) 차

4) 비서

5) 품위유지비(월 300)


이 다섯 가지 정도인데 적고 보니 파격적인가..? 싶지만 이것들이 어쨌든 입에 담을 때 신나는 것들, 깊이 들어가자면 아마도 그들이 회사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어떤 것들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보상이라고 생각하면 성과를 낸 다음 받는 것 같아서 부담스럽고(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이게 마음 편하겠지만, 그리고 내 입장에서도 뭘 받아야 성과만을 보고 달려갈만한 동기부여가 될지? 에 대해서는 좀 더 어렵다.)
대신 파트너 대우? 특전? 정도라고 생각하면, 회사가 뭘 주면 만족스러울지 조금 윤곽이 잡힌다.  


결국 회사는 우리가 24시간 회사 생각만 하기를, 회사를 위해 더 건설적인 고민을 하는 것을 바랄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는 그 이외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다. 


되짚어보면, 내 최고의 성과들은 내가 하는 사사로운 고민들을 할 틈을 안 줄 때 발생했다. 이전 사수였던 PM은 내가 재택근무를 할 때 책상과 의자가 불편해 고민하자 '야, 그런 거 고민하지 마' 라며 의자 살 돈을 바로 쏴줬고, 이전 회사 대표는 건강 고민을 하자 바로 도장으로 끌고 가서 수업을 듣게 했다. 그 전의 대기업을 생각하면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주택자금 지원 등이 이러한 것들의 일환이겠지. 


모든 사사로운 고민들은 줄어들고,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마음과 뇌의 공간을 최대한으로 확보해주는 것, 그것이 우리나 회사가 진짜 윈윈 하는 길이지 않을까? 위에 나열한 경험들이 근속기간 동안 지속되진 않았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는 것은 결국 저러한 행위들이 회사가 나의 업무 역량을 믿고 있다는 데에 대한 신뢰를 높여줬던 것은 확실하다. 


즐거운 상상은 이제 그만, 결국 파격적인 보상은 일시불 또는 성과에 따른 % 보상이 될 확률이 제일 높고 뭘 상상하 든 충격일 확률이 높지만 회사가 뭔가를 주려 한다는 사실 자체는 매우 즐거운 일이다. 나도 팀원들한테 고민이 뭔지 물어봐야지. 그 사람들이 사사로운 고민에서 벗어나(적어도 회사에서 만큼은) 업무 생각만 했으면 좋겠고, 그게 내가 잘되는 일이기도 하니까.  



어휴 주말에도 이렇게 회사 생각하는 사람이 어딨어 ㅋㅋㅋㅋㅋㅋㅋ 게임이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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