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탐구생활레터 쇼얼
함께 헤엄치며 서로를 키우는, 육추의 계절 이야기
우주의 고래 '수면 위 기록'
어릴 때부터 나는 물을 좋아했다.
이름에 있는 ‘수’라는 글자를 물(水)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사시사철 수영장에 갔고, 마음이 복잡할 때면 바닥까지 잠수했다가 나오곤 했다.
물속에 있으면 마치 우주에 나 혼자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현실은 수영장이지만 마음은 늘 바다를 향해 있었다.
여름과 겨울 방학이면 가까운 바다로 떠났고, 출산 후 스스로에게 준 첫 선물도 스쿠버다이빙이었다.
육아와 회사일로 아직 바다 수영을 제대로 해보진 못했지만, 언젠가는 진짜 바다에 푹 잠겨 있을 미래를 상상하곤 한다.
쌍둥이를 가졌을 때 집채만 한 고래와 내 몸만 한 고래가 나오는 태몽을 꾸었다.
그 이후로 고래가 눈에 자꾸 들어왔다.
하나, 둘 고래 모양의 물건들을 모으게 되었고,
별다른 고민 없이 빅피쉬 모임에서 사용할 닉네임도 ‘우주의 고래’로 정했다. 물속을 헤엄치듯, 우주를 떠다니듯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다.
첫 번째 매거진 글을 무엇으로 시작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춘분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춘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거의 같아지는 날이다.
고대 로마에서는 이 날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보기도 했다고 한다.
새해에 세운 계획이 흐지부지될 즈음 다시 찾아오는
또 하나의 시작점 같아서 괜히 삼세판 기회를 얻은 기분이 들었다.
춘분에 태양이 위치하는 지점을 별자리 지도에서는 ‘춘분점’이라고 부른다.
이 춘분점은 약 2만 6천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황도를 따라 조금씩 이동하며 지금은 물고기자리 부근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물고기자리는 밝은 별이 많지 않아 찾기 어렵다.
대신 바로 아래에 있는 고래자리를 보면 물고기자리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고래자리는 별자리 가운데에서도 꽤 큰 편이라 다른 별자리를 찾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찾기 위해 다른 별자리를 먼저 찾는 방식. 이 이야기를 읽다가 괜히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졌다. ‘어떤 것은 바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럴 땐 다른 것을 먼저 보면 찾을 수 있어.’
별자리도 그렇게 찾는다고 말해주면 재미있어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니 삶도 조금 비슷한 것 같다.
바로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다른 길을 먼저 걸어보는 것. 돌아가는 것 같지만 결국 길을 찾게 되는 방법 말이다.
그래서인지 고래라는 이름이 다시 마음에 들었다.
무언가를 크게 드러내기보다,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발견하고 이어 주는 존재.
바다에서 고래가 하는 역할처럼 말이다.
앞으로 이 매거진에서는 일상 속에서 잠깐 수면 위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사소하지만 작은 발견들, 그리고 그 순간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들.
고래가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오듯,
엄마로, 직장인으로 보내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끔은 올라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꿈꾸는지 확인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록들은 그런 순간을 모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우주의 고래
하고 싶은 것도 궁금한 것도 많은 사십춘기, 아들 쌍둥이 워킹맘.
이제는 조금 내려놓을 때도 되었는데 틈만 나면 새로운 생각들이 밀려와 오늘도 사부작사부작거립니다.
우주의 고래, 수면 위 기록
일상 속에서 떠오르는 생각과 장면을 사진과 글, 그림으로 담아냅니다.
더불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림, 음악, 영상 등을 발견하고 함께 나누어 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