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탐구생활레터_쇼얼
함께 헤엄치며 서로를 키우는,
육추의 계절 이야기
우주의 고래 '수면 위 기록'
곡우(穀雨)는 ‘곡식에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이 시기에 내리는 비는 씨앗을 적셔 자라게 한다.
절기에 맞춰 보리를 그려보았다. 10월에 파종해서 겨울 추위를 버텨낸 보리는 곡우에 비를 맞으며 청보리가 된다. 1-2월 겨울에는 보리밟기가 중요한데,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들뜬 땅을 눌러 뿌리를 흙에 밀착시킬수록 오히려 뿌리를 더 깊게 내리고 단단하게 자라나기 때문이다.
나는 비영리단체에서 시민예술축제와 문화예술 동아리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14년 정도 흠뻑 빠져 일하는 동안,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이 계속 있었다.
'아.. 나도 이렇게 뭔가 직접 하고 싶다. 나는 뭘 좋아할까.' 사춘기 같은 갈증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일찍부터 피아노 학원을 보냈다. 워킹맘인 나에게 빛과 소금이었기도 하고, 엄마랑은 달리 뭐든 펼치기를 바라는 마음도 컸다. 그러던 아이들이 피아노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을 때 엄마 어릴 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금 이 시기를 지나 좀 더 익숙해졌을 때 선택하라고. 꼭 전공이나 업으로 하지 않아도 예술이 삶에 주는 힘을 한 번은 느껴보고 결정하면 좋겠다.. 는 이야기였는데 아이들에게 전해졌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너희가 배워서 엄마에게 알려주면 좋겠다."는 말은 기억에 남았나 보다.
다행히 피아노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라는 말에 학원을 옮기며 분위기를 바꿔주자 아이들은 다시 피아노를 즐기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엄마, 오늘부터 엄마도, 피아노 배울 거야. 알려줄게" 라며 교재를 펼쳤다.
내가 악보를 잘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자 그다음엔 계이름부터 배우자며 새로운 교재를 가지고 왔다.
며칠 전 일이다.
계이름마저 주저하는 나를 위해
소랑이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곡의 계이름을
숫자로 하나씩 적은 숫자 악보였다.
"엄마, 333 321.. 이것만 외우면 돼.
여기가 3이고... 쉽지?"
옆에서 넌지시 훈수를 두던 하랑이는 내 손가락을 직접 움직여가며 건반의 자리를 짚어줬다. "엄마, 다시 해보자. 봐아바바아-" 말하는 아이들은 제법 진지했다. "여기까지 다섯 번, 동그라미 채우면 끝이야."
"다섯 번!?" 내가 놀라자. "아니, 그러면은.. 세 번만. 그런데 손모양 있지? 그거 기억해." 숙제를 내주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제법 스승의 면모를 보이는 아이들이 내 안의 빈 공간을 단단하게 채워주는 기분이었다.
그림을 그리고 피아노를 치겠다며 뭔가를 시작하는 엄마에게 아이는 종종 데운 우유와 간식을 챙겨주곤 한다. "엄마, 간식도 먹어야지. 열심히 해"간식을 옆에 둔 채 사근히 말하고 가는 아이.
언제 이렇게 컸지, 앞으로 아이들에게 배울 것이 더 많아지겠구나.
아이들도 나도 물을 한껏 머금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은 눈에 띄지 않아도 땅을 지그시 눌러주고 뿌리가 뻗어가는 시간을 지나
보리 알곡이 차곡차곡 채워지듯이.
서로의 변화를 지켜보며 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부지런히 자라고 있다.
[함께 나누고픈 것들]
유튜브 채널 <Hello Korea>의 빗소리 ASMR
한국의 아름다운 거리를 비 오는 풍경과 소개하며 산책하는 영상이 주를 이룬다.
진해 군항제 때 비 내리는 벚꽃길을 걷는 영상도, 어느 골목길 영상도 그저 편안히 보게 된다.
바쁘고 복잡한 시간을 건너는 중인 사람들에게, 그리고 특히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라 추천한다.
곡우에 내리는 비처럼 마음에도 쉼을 주기를.
https://youtu.be/DOUywd2Ms5I?si=O_u_XqZhFNm_Ae-N
우주의 고래
하고 싶은 것도 궁금한 것도 많은 사십춘기,
아들 쌍둥이 워킹맘.
이제는 조금 내려놓을 때도 되었는데 틈만 나면 새로운 생각들이 밀려와 오늘도 사부작사부작거립니다.
우주의 고래, 수면 위 기록
일상 속에서 떠오르는 생각과 장면을
사진과 글, 그림으로 담아냅니다.
더불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림, 음악, 영상 등을
발견하고 함께 나누어 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