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사전

#1

by 정적

몸이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허락한 만큼에 딱 맞춰져 있는 그의 안경은 코 끝에 걸쳐져 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절부절 못하게 하는 그의 안경. 신경이 쓰이는 건 그뿐이 아니다. 조금도 쉴 틈없이 움직이는 그의 입 안에 무언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손과 입의 정당한 거래는 없었고, 되새김질인가 의심하게 되었다. 아까부터 버스 안에서 신경 쓰이는 소리가 계속 됐었는데, 가만보니 그의 입 안에서 공기들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였다. 그의 손에는 종이를 빼곡히 덮은 꼬부랑 글자들이 제 멋대로 널부러져 있었다. 한자 한자 볼펜으로 밑줄을 그으며 소리내고 있는 그를 뒤에서 보면 주술을 외우는 마법사같다. 무슨 말인지 귀 기울여봐도 알아들을 수 없다. 다만 웅얼거리는 소리가 일정하게 반복되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 그의 발 밑에 놓여진 마트 비닐봉지로 봐선 집이 없어 보이진 않았다. 노란봉지, 검은봉지에 나눠담긴 물건들은 서로 섞일 일이 없다. 그도 세상과 섞이지 않게 부단히도 노력하는 중이다.